미국 연방정부의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 시한인 1일을 앞두고 국내외 금융시장이 방향을 잃은 채 흔들리고 있다. 최근 며칠 간 시퀘스터, 이탈리아 총선 후폭풍 등 악재로 금, 채권 같은 안전자산이 부상하는가 싶더니 28일에는 다시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렸다. 당장 이번 주말 시퀘스터의 불확실성이 봉합된다 해도 당분간 시장은 경제 외적인 변수에 일희일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의 시퀘스터 임박과 집권당을 정하지 못한 이탈리아 총선 결과에 먼저 반응한 건 금, 채권 등 안전자산이었다. 올 들어 국제 금값은 글로벌 증시 강세로 급락을 거듭하다 20일(런던금속거래소 기준 온스당 1,564.5달러)엔 작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26일 1,613.8달러까지 급반등했다. 채권의 인기도 올라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27일 현 기준금리(2.75%)보다 한참 낮은 2.63%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세계 양대 경제권인 미국과 유럽 경기가 정치적 악재로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교착상태였던 미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 간 협상이 시퀘스터 시한을 넘긴 1일에야 재개되지만 여전히 결론이 불확실하다는 점, 이탈리아 정치권의 연정 구성 여부가 계속 불투명한 점은 여전히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하는 재료들이다.
하지만 이날 시장은 투자자들이 이런 대형 악재에조차 둔감해졌음을 보여줬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양적완화 조치를 지속하겠다"고 밝히자 간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5년4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고 국내 코스피지수도 이날 22.45포인트(1.12%) 올랐다. 위험자산으로 다시 돈이 몰리면서 국제 금값은 1,597.1달러로 내렸고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 수준에서 내림세를 멈췄다.
이런 금융시장의 혼조세에 대해 동양증권 김지현 연구원은 "시퀘스터 발동이 임박했음에도 증시에 긴장감이 고조되지 않는 것은 여전히 합의 가능성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투자자들이 바닥에 수북이 깔린 악재 대신 눈앞의 호재에 환호한 셈이다.
당분간 금융시장은 혼돈 양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가격의 기초인 실물경제가 허약한 상황에서 그날그날의 정책 변수가 시장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의 혼란스러운 시장 양상은 작년 말 재정절벽 위기 당시와 닮았다"며 "이번 시퀘스터 협상이 무마된다 해도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한, 5월 부채한도 적용 시점이 되면 또 다시 혼란이 재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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