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북한의 3차 핵실험 후 대북정책의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언론에서 나오는 백가쟁명식 대응책에는 북한을 버리고 아예 친중(親中) 정부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까지 등장하고 있다.
베이징(北京)의 외교소식통은 28일 “북한 핵실험 후 중국이 북중 관계를 원점에서 살피기 시작했다”며 “핵 문제보다 북한체제의 안정을 더 중시해 온 기존 정책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공산당 간부 양성기관인 중앙당교가 발행하는 학습시보의 부편집장 덩위원(鄧聿文)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북중 관계를 재평가할 수 있는 계기를 맞았다”며 “이젠 북한을 포기하고 한반도 통일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정학적 가치에 기초해 북한을 미국과의 완충지대로 보는 정치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낡은 사고”라며 “북한은 냉전시대에는 쓸모 있는 친구였지만 지금은 효용성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덩은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면 중국에 협박할 가능성도 있다”며 “북한을 포기하면서 가장 좋은 방법은 한반도 통일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도 중국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며 “차선책은 북한에 친중 정부를 세운 뒤 핵무기를 포기하고 정상국가 발전 경로를 밟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산당 관계자가 반북ㆍ반핵 주장을 해외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지도부의 묵인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가 지난해까지 중앙당교 교장이었다는 점도 심상찮다. 중국에선 북한의 핵실험 후 대북 강경론이 득세하면서 원조를 끊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북한 내란 상황에 대비할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소규모이긴 하지만 반북 시위가 별다른 제지 없이 전개되는 것도 이전과 다른 모습이다.
중국의 대북 정책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후 같은 해 8월 소집한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 회의에서 결정된 것이다. 당시 중국은 북한 체제가 무너질 경우 난민이 대거 넘어와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며 핵문제와 북중 관계를 분리 대응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회의에서는 그러나 중국이 원조를 줄이고 북중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까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중국은 안보리의 적절한 대응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고강도 제재를, 중국은 적절한 제재를 주장하면서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따른 안보리의 대북제재 논의는 현재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적절한 대응을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써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도출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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