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의 교육 여건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내놓은 자율학교 정책이 한 달도 안 돼 수정되는 등 우왕좌왕하고 있다.
정익교 서울시교육청 학교정책과장은 28일 비공식 브리핑을 갖고 “서울 지역 일반고 재학생 중 예ㆍ체능, 과학, 외국어 등에 소질이 있는 학생들을 모아 ‘교육과정 거점학교’에서 관련 교육과정을 집중 교육하는 제도를 올해 2학기부터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인접 지역 일반고 5~6곳을 하나의 군으로 묶어 이 중 한 학교를 거점학교로 지정해 희망 학생들이 이동 수업을 받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 학생들에게는 교과 필수 이수단위를 현행 116단위에서 최소 72단위까지 줄여 나머지는 최대 108단위까지 거점학교에서 들을 수 있도록 한다.
거점학교는 인력이나 시설 등이 이미 갖춰진 예고 체고 과학고 특성화고 등이 우선 지정될 것으로 보이며 30~40곳으로 예상된다.
애초에 일반고 20곳을 자율학교로 지정해 필수 이수단위를 72단위로 낮추고 나머지 교육과정을 자율 편성토록 한다고 발표한 내용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다.
한 달도 안 돼 명칭과 내용이 바뀐 정책을 비공식 설명 형식으로 발표하는 등 급조된 정책으로 우왕좌왕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처음 자율학교 정책을 발표한 지난 6일에도 부교육감, 국장, 과장의 설명이 제각각이었다.
수정된 거점학교 정책도 문제가 적지 않다. 우선 방과 후 수업 등 별도의 과정이 아니라 정규 교육과정 내에서 일부 학생들이 이동수업을 받는 것이어서 필수 과목이 빠지지 않도록 시간표를 짜기가 만만치 않다. 정영철 언남고 교감은 “블록 타임, 선택 과목 등 시간표를 짜는 데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은데, 거점학교로 가는 아이들과 가지 않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두 가지 교육과정과 시간표를 짜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거점학교에서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 반응이 나왔다. 최성식 서울체고 교장은 “전국체전 출전 등 엘리트 교육을 주로 하는 체고에 일반고 학생들이 와서 교육받을 경우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예술고 관계자도 “우리학교 학생들만 가르치기에도 공간이 부족하고, 교육이 벅차다”고 말했다.
이밖에 거점학교에 모인 학생들 평가에 대한 부담, 생활지도의 어려움 등이 우려되고 있다.
이병호 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학교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일반고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정책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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