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택시법'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사실상 무산되면서 대안으로 추진 중인 '택시지원법' 내용이 공개됐다. 정부가 어제 공청회에서 제시한 종합대책은 기본요금 인상과 할증시간 확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서울 기준 2,400원인 기본요금을 택시지원법 발효와 함께 2,800원으로, 이어 2018년까지 4,100원, 2023년에는 5,100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심야 할증시간을 밤 12시에서 오후 10시로 앞당기고, 주말엔 하루 종일 할증요금을 적용하며, 항공운임처럼 유류할증요금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경영난에 빠진 택시업계를 살리고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는 택시기사들을 위해 택시요금 현실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심야 할증시간을 늘리고 주말 할증을 도입하는 식의 편법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민들의 활동이 적지 않은 오후 10시부터 할증요금을 부과하는 것도 그렇고, 주말이라고 요금을 더 내라는 건 횡포에 가깝다. 할증시간을 늘려주면 승차거부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도 억지 논리다. 경기침체로 가계 주름살이 깊어지는 시민들의 형편을 고려해 요금인상은 가급적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요금이 오르면 수익성은 개선되지만 그만큼 승객이 줄어드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요금인상보다 시급한 건 업계의 구조조정이다. 택시 문제가 곪아터진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면허 남발로 택시가 너무 많아진 탓이다. 택시 과잉공급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현재의 25만 대를 10년 내에 20만 대로 줄인다는 목표는 종합대책 이전부터 이미 제시돼 있었다. 택시업계의 경쟁력 제고는 이러한 구조조정이 얼마나 제대로 시행되는지에 달려있다.
종합대책은 그 효과가 사업자에게만 돌아가지 않고 택시기사들의 처우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짜여야 한다. 운송종사자에 운송비용이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물론 복지기금 적립, 장시간 근로 방지 등 택시기사들의 실질적 요구들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택시지원대책이 더 이상 사회적 논란을 부르지 않도록 여론을 좀더 충실하게 수렴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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