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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에도 북파공작 훈련… 가혹행위로 숨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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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에도 북파공작 훈련… 가혹행위로 숨지기도

입력
2013.02.28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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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파공작원들이 영화 '실미도'처럼 최근까지도 교관과 선임병들에게 끔찍한 가혹 행위를 당하다 목숨까지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실상은 혹독한 훈련 때문에 정신분열증을 앓게 됐는데도 국가유공자로 인정을 받지 못한 전 북파공작원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통해 외부로 알려졌다.

28일 수원지법 행정2단독 왕정옥 판사의 판결문에 따르면 김모(36)씨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997년 4월 "1억원 이상 돈을 받을 수 있고, 제대하면 국가기관에서 일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모병관의 말을 믿고 북파특수임무요원(HID)으로 입대했다. 김씨는 부대 배치 전까지 강원도에서 동료 24명과 매일 12㎞ 달리기, 특수무술, 폭파, 공수훈련 등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하지만 김씨는 견디기 힘든 가혹행위도 함께 버텨내야 했다. 입대 한 달뒤 김씨는 훈련을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교관이 던진 해머를 피했다가 옆에 있던 동료가 대신 맞고 쓰러지는 것을 본 뒤부터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100일간의 교육훈련 후 부대에 배치된 김씨는 더 큰 두려움을 느꼈다. 가혹행위로 2명의 동료가 숨지는 것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선임병들은 김씨와 동료들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야구방망이로 구타했고, 굴삭기로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게 한 뒤 물을 채워 넣는 등 죽음의 공포 속에서 훈련을 하도록 했다. 겨울철에는 수시로 얼음물에 밀어 넣고 2~3시간 동안 버티게 하는 이른바 '빵빠레'를 시켰고 이로 인해 동료 1명이 숨졌다. 또 선임병들은 훈련에 적응하지 못한 김씨의 후임병을 칼 던지기용 표적 옆에 묶어두고 훈련을 하거나 목만 내놓고 땅에 파묻은 채 1주일을 내버려두고 욕조에서 물고문까지 반복해 숨지게 했다.

결국 김씨는 점점 알아들을 수 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등 이상증세를 보이다가 군생활을 마친 후 2004년 정신분열증 판정을 받고 현재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이에 김씨는 수원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등록신청을 했지만 정신분열증이 공무수행 중 상이로 인정되지 않아 등급 기준미달 판정을 받자 지난해 국가유공자 요건 비해당 결정취소 소송을 냈다.

왕 판사는 판결문에서 "입대 전까지 증세가 없었고 가족 중 병력을 가진 사람이 없는 점, 견디기 힘들 정도의 정신적 충격을 받을 만한 사건을 겪은 점 등에 비춰보면 원고의 정신질환은 군복무 과정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수원=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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