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국이라는 새로운 권위를 세우기 위해 지나간 조선 왕실의 권위는 철저히 짓밟아버려야 한다."
1910년 한일합방을 계기로 조선왕조를 완전히 무너트리고 식민지 통치를 시작한 일제는 경복궁을 비롯해 창경궁, 창덕궁에 대한 철저한 파괴 전략을 구사한다. 이중에서도 특히 조선왕조의 법궁이지만 임진왜란 이후 불타 황폐해졌다가 흥선대원군이 국력을 기울여 중건한 경복궁은 철저히 일제에 의해 유린된다.
MBC가 삼일절 오전 10시 50분에 방송하는 특집다큐멘터리 '경복궁의 눈물'은 일제가 정전인 근정전을 가로막고 세운 조선총독부 건물을 시작으로 철저히 파괴된 경복궁 수난사를 추적해 본다. 일제는 조선의 주인, 왕이 기거하는 존엄한 공간인 궁궐에서 박람회와 갖은 명목의 연회를 의도적으로 열었고 결국 궁궐을 시정잡배들이 출입하고 관람료를 거둬들이는 놀이공간으로 전락시켰다. 또 담을 무너뜨리고 전차 선로를 내는 등 교통로로 이용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조선총독부를 짓기 위한 공사 비용이 부족하자, 경복궁의 전각들을 기생집이나 호텔을 만드는 공사재료로 팔아버렸다. 아울러 나라를 위해 숨진 애국자들을 기리기 위해 세웠던 장충단에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는 박문사를 지으며 경희궁 정문을 뜯어 정문으로 삼고, 조선의 역대 왕의 위폐를 모시던 경복궁 선원전을 뜯어와 창고를 만들었다.
만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1895년 경복궁의 왕비 침전인 건청궁 옥호루에서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제는 사건 이후 아예 이 건물을 없애버리는 등 경복궁의 크고 작은 전각의 80%를 파괴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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