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으로 좌초될 뻔했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극적 돌파구를 찾았다.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PFV)는 어제 이사회를 열고 현재 1조원인 자본금을 5조원으로 증자하는 사업정상화 방안을 통과시켰다. 코레일이 토지매각 미수금 2조6,000억원, 삼성물산이 랜드마크 빌딩 시공비로 받을 예정인 1조4,000억원을 각각 출자전환 한다는 방향이다. 이번 합의로 파국을 피한 건 다행이다. 하지만 증자에 따라 사업방식이 민간에서 코레일 주도의 공공개발로 바뀌게 된 건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합의는 고육지책에 가깝다. 용산 역세권에 30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100층이 넘는 랜드마크 빌딩을 비롯해 70여 개의 초고층 빌딩숲을 건설하는 계획은 '단군 이래 최대 역사(役事)'로 각광 받을 만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사업주체들이 발뺌을 하면서 부도를 눈 앞에 둔 상황까지 몰렸다. 사업이 장기 표류하면서 1만여 지역민과 투자자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업이 좌초되면 정치적 파장은 물론, 코레일을 비롯한 모든 사업주체가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기존 2대 주주였던 롯데관광개발이 경영권 상실을 무릅쓰고 증자안을 전격 수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증자에 따른 사업방식의 변화다. 증자가 이행되면 드림허브 지분은 코레일이 25%에서 57%, 삼성물산이 6.4%에서 29.2%로 각각 높아진다. 공기업인 코레일이 절대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용산개발이 사실상 공공개발로 전환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애초부터 수익 논리에 따라 추진된 민간개발사업의 실패를 공기업 자산으로 막게 된 건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렵다.
코레일은 "사업이 공공개발로 전환돼도 정부재정의 직접 지원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만의 하나 사업이 실패해 코레일의 부실이 쌓이면 결국은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코레일이 사실상 사업을 떠맡게 된 만큼, 정부는 사업조정 등 용산개발 전반에 대해 보다 지속적이고 철저한 관리ㆍ감독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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