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8일 사내하청 노동자를 불법파견으로 쓴 한국지엠(옛 GM대우)의 경영진을 처음으로 형사처벌한 것은 완성차 업계가 주장하는 적법한 도급사용이 사실상 허구라는 점을 확인시켜준 판결이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37)씨를 파견노동자로 판단, 현대차의 정규직 노동자로 간주한 2010년과 2012년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명확히 할뿐만 아니라 파견을 더욱 폭넓게 인정했다.
적법한 도급(사내하청)과 파견근로를 가르는 잣대는 노동자에 대한 지배력을 누가 행사하느냐인데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도 업무지시 등 노동자에 대한 실질 지배력을 원청(사용사업주)이 행사한다고 봤다. 특히 주목할 점은 조립, 도장, 프레스 등 컨베이어 벨트를 함께 사용하는 혼재공정이 아닌 부품포장작업 사내하청노동자에 대해서도 파견으로 판단한 점이다. 노동문제의 준사법기구인 노동위원회 등에서는 사내하청이라도 조립, 도장, 프레스 등 제조공정의 경우 파견으로, 포장 품질관리 등 기타 공정은 적법도급으로 엇갈린 판단을 내렸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제조공정과 상관없이 원청이 사내하청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한다면 불법파견으로 판단하는 근거가 생긴 셈이다.
결국 상당수 사내하청을 적법한 도급으로 보는 재계의 주장은 힘을 잃고 원청업체가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압박은 더욱 높아지게 됐다. 사내하청 노동자 7,900여명의 직접고용 여부를 놓고 다툼을 계속하고 있는 현대차의 경우, 사측은 극히 일부만 파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측은 완성차 제조공정 전체가 불법파견이라며 맞서왔다. 이번 판결로 사내하청 노조측이 보다 힘을 얻게 된 셈이다. 현재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300여명은 현대차를 상대로 자신들을 직접고용하라며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7년간의 소송 끝에 겨우 사측의 복직결정을 끌어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철탑농성 중인 최씨의 사례에서 보듯 자동차 업체들이 직접고용을 전면 수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판례로서의 의미는 크지만 수백만원의 벌금형이 기업들에게 고용 유연성을 포기시킬 만한 압박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노동계에서는 산업구조 전반에 만연된 불법파견 구조를 시정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 "불법 파견은 전 산업에 만연된 위법적 고용구조임을 깊이 받아들여 위장도급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강제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장 보수적인 법원도 제조업의 불법파견은 대단히 불합리하고 정의롭지 못다하는 것을 인정한 셈"이라며 "앞으로도 법원은 원청에게 사용자의 책임을 지우겠다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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