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2014년 75세, 2015년 70세, 2016년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임플란트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임플란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비쌀 땐 엄두를 못 냈던 사람도 지원해준다고 하니 한번 치료 받아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치과계에선 최근 임플란트 시술이 지나치게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번 하면 평생 자신의 이처럼 쓸 수 있다고 생각해 너무 쉽게 임플란트를 선택하는 환자가 많다는 것이다.
임플란트의 수명은 15~20년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정도 쓰려면 관리를 아주 잘 해야 한다. 유럽에선 5년 넘은 임플란트의 약 30%에 염증이 생겼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임플란트에 문제가 생기면 추가 치료를 하거나 심한 경우 임플란트를 제거해야 한다. 임플란트를 하기 전에 원래 치아를 조금이라도 더 쓸 수 있는지 확인해봐야 하는 이유다.
임플란트 전 자연치아를 조금이라도 더 쓸 수 있도록 해주는 치료법은 크게 두 가지다. 심한 충치나 외상으로 치아는 상했지만 잇몸에 뿌리가 절반 이상 남아 있다면 치아를 뽑지 않고 뿌리를 이동시켜 보철물을 씌우는 '자연치소생술'이 가능하다. 단 자연치소생술 후엔 치아 뿌리가 짧아진 상태이므로 딱딱한 음식을 먹을 때 주의해야 한다.
잇몸질환이 심해져도 뼈(치조골)가 녹아 약해지면서 치아가 빠진다. 잇몸은 한번 손상되면 회복하기 어렵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손상 정도에 따라 '잇몸재생술'을 할 수 있다. 녹아서 부족해진 치조골을 인공뼈로 채워 넣어 새로 만들어주는 방법이다. 지오치과 김포점 방태훈 대표원장은 "치아를 실제로 살릴 수 있는지는 치아와 잇몸 상태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평소 충치나 치주질환을 꾸준히 정기적으로 점검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자연치소생술과 잇몸재생술처럼 자연치아를 살리는 치료는 까다롭다. 오래 걸리는 데다 환자의 의지도 중요하다. 게다가 임플란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 시술을 꺼리는 치과가 적지 않다. 자신의 이를 살릴 수 있는데도 병원의 권유로 임플란트를 한 환자가 상당수일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다행히 최근 몇몇 치과의사들 사이에서 자연치아를 살리는 치료를 우선 고려하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손동석 대구가톨릭대 치과 교수는 "최신 기술이 정착한 상황에서 전통적인 치료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복고 현상은 의료계에서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자연치아의 중요성이 의학적으로도 인정됐다는 얘기다. 지오치과 수원점 명우천 대표원장은 "임플란트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자연치아를 따라올 순 없다"며 "자연치아를 최대한 살리고 마지막 수단으로 선택해야 할 치료가 바로 임플란트"라고 강조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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