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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캐내려 공무원까지 매수

입력
2013.02.2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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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름센터 자격ㆍ감독 법률도 없어… 경찰이 못 따라가는 민간 수사 수요도 원인

경기 안산의 주부 A(50)씨는 2011년 1월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던 아들이 불법 행위로 구속되자 자신이 직접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미행에 사용되는 장비 사용법을 비롯해 일체의 작업 기술을 전수받고 홈페이지도 아들이 만든 것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직원도 20여명이나 뒀다.

‘불륜, 뒷조사, 간통’홈페이지 문구와 전화번호를 보고 문의전화가 밀려들었다. 그 중 90% 이상이 “배우자가 의심스럽다”며 불륜 증거나 개인신상을 캐 달라는 것. A씨는 이들의 경제사정이나 작업 난이도에 따라 50만~100만원을 착수금으로 제시했고 입금이 확인되면 직원을 급파했다. 서울 부산 광주 청주 등 어디든 관계 없었다.

의뢰인들은 미행 대상의 인상 착의와 하루 일과, 차량 주차 장소를 상세히 일러줬다. 업체 직원은 이른 아침 차량 바닥에 성냥갑 크기의 위치추적기를 몰래 부착한 뒤 뒤를 밟았다. 중간에 놓쳐도 위치추적기를 이용해 다시 따라붙으면 그만이었다. 직원은 미행 대상이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는지 일일이 촬영해 의뢰인에게 보고했다.

보통 3~5일이면 한 건이 마무리됐다. 물증이 잡히지 않으면 A씨는 의뢰인에게 “뭔가 있는 것 같다”며 추가로 돈을 요구했고 한 명에게 1,300만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A씨는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8월까지 의뢰인 50여명으로부터 3억여원을 받아 챙겼다.

이 업체의 행각은 “누가 내 차에 이상한 걸 달고 있다”는 신고를 받은 서울 송파경찰서가 수사에 나서고서야 덜미가 잡혔다.

정부 단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심부름센터의 도청, 미행을 통한 개인신상 캐기 등 불법행위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돈만 된다면 구청공무원, 보험설계사까지 매수해 개인정보를 캐낸다. 지난해 10월에는 부인의 재산을 노린 남편의 의뢰로 심부름업체가 청부 살해를 저지르기도 하는 등 폭행 살인 등 강력범죄까지 저지르는 곳도 있다.

이런 현상은 심부름센터 설립은 너무 쉽게 할 수 있는 반면 불법행위 시 처벌이 가벼워 범죄 억지력을 갖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A씨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이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법률의 처벌조항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불과해 거의가 벌금만 내고 풀려나기 때문에 심부름센터가 막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개인 입장에서 심각한 문제인 간통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력을 투입할 여력이 없는 점도 심부름센터 불법행위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더욱이 심부름센터는 누구나 등록만 하면 차릴 수 있고 이들을 관리 감독할 주체나 법규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7, 18대 폐기됐던 민간조사업법을 통과시켜 제도권의 틀 안에서 철저히 관리 감독해야 한다”며 “심부름센터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업무의 범위와 처벌 규정을 명확히 한다면 불법 영업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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