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내에서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등 갖가지 의혹에 휩싸인 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용퇴론'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 출범 사흘 만에 그것도 여당 내에서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 논의가 나오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김 국방 후보자의 경우 변칙 증여로 인한 세금 탈루 등 제기된 의혹만 10개가 넘어 인사청문 일정 마저 잡히지 않고 있다. 여당 내에서 용퇴론이 제기된 것은 이들의 거취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새 정부 내각 출범이 더욱 지체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5선인 정의화 의원은 27일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라며 "장관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국민으로부터 존경 받지 못하면 박근혜정부가 추진할 건강한 신뢰 사회를 통한 국민대통합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사자들은 억울할 수 있지만 스스로 용퇴해 박근혜정부가 순항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가 용퇴 대상의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김 국방 후보자와 '전관예우' 논란을 빚고 있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재선인 김용태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국방 장관을 하려는 분이 무기중개상 회사에서 재직했다는 것은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며 "사실 국회 내에서 처리하기에는 매우 힘든 상황인 것 같고 후보자의 결심 아니면 대통령의 결심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무산돼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에 대해선 "파탄에 이르게 하는 초석을 놓는 일이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재선의 조해진 의원도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와 관련, "박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했을 때 수행했기 때문에 더 (자진 사퇴)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의혹이 제대로 해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제 장관으로 임명되면 국방 리더십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김 후보자가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다음 날과 희생자 애도 기간에 골프장을 출입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실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천안함 사건 다음날인 3월 27일 계룡대 골프장을 이용했고, 정부가 정한 애도 기간(2010년 4월25~29일)인 4월 26일에도 태릉 골프장에 간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당시 예편한 상태여서 민간인 신분이었지만 4성 장군 출신이 정부가 공식 애도 기간으로 정한 때에 골프장에 출입한 것 자체가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편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병역과 관련한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현 후보자가 결핵성 골수염으로 수술을 받아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고 했지만 골수염으로 인한 진료나 수술 기록을 찾아볼 수 없다"며 "확인되지 않은 의료기록으로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면 병역비리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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