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등산화 업체 1위인 '트렉스타㈜'는 1995년 중국으로 진출, 한때 90%의 물량을 현지에서 생산했다. 그러나 중국정부의 지원책이 줄어들고 인건비는 상승해 경영 여건이 악화하자 국내복귀를 결심했다. 이른바 '리쇼어링(reshoring: 해외 진출했다가 국내로 되돌아오는 것)'을 결심한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2월부터 중국에서의 생산물량을 점차적으로 줄이는 대신 기존 부산 공장의 가동을 늘린 결과, 지금은 부산에서 60%, 중국에서 40%를 생산하고 있다. 권동칠 트렉스타 대표는 "한국에서 생산하면 납기가 1개월 가량 단축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매출이 30% 증가하는 등 선순환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중국으로 향했던 국내기업들의 U턴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도 각종 지원 대책을 내놓으면서 U턴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지난해 지식경제부가 내놓은 'U턴 기업 지원방안'에 따르면 해외 사업장을 완전히 청산하고 국내로 돌아올 경우, 법인ㆍ소득세를 5년간 100%, 그 이후에는 2년간 50%를 감면해준다. 완전 철수는 아니어도 국내 생산시설이 없던 업체가 사업장을 신설하면 3년간 100% 면제, 2년간 50%의 혜택이 주어진다. 신규ㆍ중고 자본재 도입 시 관세도 100% 또는 50%를 감면받을 수 있다. 임대료와 수출보증 등에 대한 혜택도 주어지는데 정부는 특히 주얼리 의류 신발 전자 기계 등 5개 품목을 'U턴 유망 업종'으로 지정, 구체적인 U턴 수요를 발굴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첫 성과도 나왔다. 중국 진출 기업인 한신공예품㈜ 등 14개 주얼리 업체가 전북 익산 주얼리산업단지로 '집단 U턴'을 하기로 하고 전북도와 투자협약(MOU)을 맺은 것. 이후 7개 기업도 추가로 참여, 현재 21개 업체가 올해 6월 중 가동을 목표로 단지 내에 공장을 신축 중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미국, 유럽연합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 등으로 국내 복귀 시 원가가 20% 이상 절감돼 한국과 중국 간 2.5배의 임금 격차에도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국내 U턴을 추진 중이거나 고려 중인 중국 진출 기업은 모두 30여 곳. 전자부품, 자동차 부품, 신발, 기계장비 등 업종도 다양하다. 지경부는 전자부품ㆍ컴퓨터 등 U턴 효과가 큰 5개 업종의 국내 복귀 시 최대 51만 1,000명의 고용 창출, 45조 2,000억원 규모의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새 정부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만든 140대 국정과제에 'U턴 활성화'를 포함시켜, 맞춤형 지원을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기업들의 국내복귀를 유도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중국을 떠나더라도 베트남이나 미얀마, 인도네시아로 갈지언정 국내 컴백은 주저하고 있다. 높은 인건비와 각종 규제, 노사관계 등이 부담스러운 데다, 일부 업종의 경우 숙련된 기술인력을 새로 양성해야 하는 현실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마련한 U턴 지원대책들이 지방자치단체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 측면도 있다"면서 "이젠 우리 정부도 중국정부, 베트남정부, 미얀마정부와 투자유치 경쟁을 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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