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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형 허점에 작년 439억 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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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형 허점에 작년 439억 샜다

입력
2013.02.2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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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오락기 등을 불법 밀수해 판매한 혐의로 지난 2010년 벌금 4억 원을 선고받은 A씨는 지난달 말 지명 수배 신세를 면했다. 벌금 미납을 이유로 지명수배자가 된 후 3년 동안 검찰의 집요한 추적을 '무사히' 따돌린 것이다. 불심 검문 등이 무서워 마음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했던 시간이었지만 3년을 버틴 덕에 A씨는 벌금 4억 원을 내지 않게 됐다.

2011년 9월 조세포탈 혐의로 6억9,00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된 임모(55)씨는 벌금 납부를 거부하고 잠적했다가 지난 15일 붙잡혔지만 '몸으로 때우면 된다'고 배짱을 부렸다. 벌금을 안내고 숨어 지내다 붙잡힐 경우 벌금 미납액만큼 노역하면 벌금이 탕감되는데 재판부가 부과한 노역장 유치 기간은 34일. 일당 2,000만원 꼴이다.

경미한 범죄나 경제사범 등에게 부과되는 벌금이 매년 수백억 원씩 공중으로 사라지고 있다. 악성 미납자들이 벌금형의 허점을 악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형벌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2년 사망이나 3년의 형 소멸에 따라 집행되지 못한 벌금 건수는 무려 1만6,73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로는 439억 원. 2009년 391억 원에서 2010년 400억 원, 2011년 406억 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무엇보다 3년이라는 짧은 소멸 시효가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벌금은 선고 후 30일 안에 내야 하지만, 대상자가 사망하거나 선고 후 3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라지게 돼 있다. 이런 허점 때문에 형이 확정되는 순간 잠적하는 범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8월 서울고법에서 조세 포탈 등의 혐의로 48억 원의 벌금형이 확정된 송모(48)씨 역시 지난 18일 검거되기 전까지 1년 넘게 도망 다닌 경우다. 송씨의 경우 벌금 액수가 워낙 커 검찰이 검거기동반까지 가동한 결과지만, 고액 벌금 미납자가 작정하고 잠적할 경우 붙잡기가 쉽지 않다는 게 수사 기관의 설명이다.

더욱이 벌금 액수를 일당으로 탕감하는 노역장 유치기간에 대한 기준이 없고 판사마다 제각각인 것도 문제다. 법적으로는 노역장 유치 기간을 최장 3년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판사들이 몇 달 정도로만 한정시키는 경우가 많아 '몸으로 때우기'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15일 검거된 윤모(57)씨 역시 미납 벌금액이 31억 원에 달했지만, 노역장 유치 기간이 하루 2,000만원씩 다섯 달에 불과했다.

대검 관계자는 "정말 돈이 없어 벌금을 못 내는 서민들과 별개로 통상의 징역형 등과 같이 벌금형의 소멸시효도 5년 이상으로 늘이는 등 의도적으로 벌금을 회피하는 사람들에게는 법 집행이 더 엄격하게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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