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 발언의 상당 부분을 물가 안정의 필요성을 거론하고 당국에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데 할애했다.
이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물가 상승이 민심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산물, 식료품 등 서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서민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새 정부 초반인 데다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 지연으로 행정부의 기능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정권 교체기를 틈타 앞장서서 공공요금 인상을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대통령으로선 '과도기적 상황'으로 표현되는 정부 출범 초반기에 세게 군기를 잡을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엄정한 법 집행'등 강한 표현을 동원한 이날 박 대통령의 물가 관련 발언은 식품업계 등 민간 부문은 물론 관료들에 대한 경고도 함께 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상대적으로 느슨한 관리체제를 유지해온 정부는 화들짝 놀라 28일에 관계 부처 차관급 회의를 긴급 소집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농산물 등 서민과 직결된 품목에 대한 물가 안정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생 정부의 민생 대통령'을 자처해 온 박 대통령으로선 서민의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 닿는 물가 안정 문제를 첫 수석비서관회의 석상에서 가장 비중을 두고 거론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취임식 이후 외교사절 접견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던 박 대통령이 이제는 내치(內治)로 돌아와 민생 현안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에도 누누이 물가 안정을 강조해 왔었다. 지난달 2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경제1분과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박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물가"라며 "유통구조 단순화 등 물가를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을 잘 갖출 방법을 연구해 달라"고 특별히 주문하기도 했다.
당장의 지지율도 고려했을 것이다. 물가는 대통령의 지지율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현안이라고 정치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 김영삼ㆍ 김대중ㆍ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대상으로 물가와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학술논문에 따르면 '소비자물가가 1%포인트 상승하면 대통령의 지지율은 약 1.5%포인트 떨어졌다'고 한다. 취임 직전인 당선인 시절에 실시된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박 대통령은 44% 지지율에 머물러 대선 당시 득표율에도 미치지 못했다. 막 5년 일정의 레이스를 시작한 박 대통령으로선 더 이상의 지지율 추락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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