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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 1호 행사를 지켜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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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 1호 행사를 지켜보고

입력
2013.02.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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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일

탈북작가

북한 평양에서 서울로 와서 16년째 사는 필자가 25일만큼 기쁜 날도 없었다. 2,000만 북한주민들을 대표하여 제18대 대통령취임식에 참석했으니 말이다. 사전에 우편으로 받은 초청장과 안내서류에는 행사참석 요령에 대해 자세히 적혀 있었다. 본 행사 한 시간 전인 오전 10시부터 식전공연이 시작되니 신분증을 지참하고 국회정문으로 오전 9시 반까지 입장하기를 바라며 주변대중교통 이용방법과 추운날씨로 인해 두터운 옷차림을 당부했다.

지정된 시간 특정장소에 도착하여 간단한 검색을 받고 행사장에 들어서니 마치 축제장에 온 기분이었다. 친절한 도우미의 안내로 연단에서 비교적 가까운 좌석에 앉았고 주변구경도 잠시, 무대에 펼쳐진 유명연예인들의 공연삼매경에 빠졌다. 문득 20년 전 평양에서 1호 행사(수령 등장행사)에 참석한 일이 생각났다.

1993년 9월 9일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있었던 공화국창건 45주년 기념 평양시 100만 군중대회였다. 체제선전을 최고의 국책사업으로 실시하는 북한의 대표적인 정치행사로 훈련기간이 무려 3개월이었다. 첫 달은 일과 후 4시간씩, 둘째 달은 6시간 씩, 셋째 달은 업무를 전폐하고 훈련만 했다. 여기서 90만명은 광장주석단 앞을 통과하는 ‘행진대열’이고 10만명은 광장바닥에 서는 ‘광장대열’이다.

1호 행사장인 ‘김일성광장’에 자리배정을 받은 필자가 당일새벽 1시까지 광장으로부터 500m지점의 예비 집합장소에 나갔다. 행사장에 들어가면 5~6시간 동안 꼬박 서있어야 하기에 이곳에서 각자가 준비해온 주먹밥으로 아침식사를 미리하고 주변에 설치된 간이화장실에서 대소변을 말끔히 봐야 한다.

오전 3시부터 행사장 입장준비가 시작되었다. 안전원(남한의 경찰)이 인물과 신분증을 정확히 대조하는데 사람이 워낙 많아 퍽이나 시간이 걸린다. 오전 5시부터는 300m지점을 통과하는데 보위원(남한의 국정원요원)이 휴대용 전자감식기로 신체와 소지품을 깐깐하게 검사한다. 오전 7시부터 100m지점에서 호위총국(남한의 대통령경호실) 요원의 감독 하에 전신용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손에 꽃다발을 든 필자가 광장에 들어서니 요원의 안내로 지정석에 섰다. 대략 광장 한복판이었다. 오전 9시 “지금부터 영광스러운 우리조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45돌 기념 평양시100만 군중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라는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자 ‘김일성장군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얼마 후 1호 환영곡(수령 전용 환영곡)이 울리고 김일성과 김정일이 주석단에 나왔다.

21발의 예포가 울리는 가운데 10만 군중들은 하나같이 발을 동동 구르며 “만세! 만세!”를 외치며 열광한다. 누구나 흥분된 표정으로 열정적이다. 마치도 수십 년 헤어졌던 친아버지를 만나는 기쁨이라 할까? 여하튼 그 이상이다. 이어서 90만 ‘행진대열’의 장엄한 퍼레이드가 2시간 남짓 진행된다. 그 기간 꼬박 서서 “만세!”를 외치는 ‘광장대열’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제는 황당한 추억으로 간직하는 옛말이 되었지만, 필자는 서울에 산다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 국민의 투표로 선출한 대통령을 축제장에서 만나는 남한의 현실은 북한주민들이 꿈에도 상상 못한다. 근 70년간 언제 한 번 자기들 손으로 수령을 뽑아보지 못한, 수령의 자리는 당연의 그의 자손이 승계하는 줄 아는 가련한 그들이다.

조상의 정치를 그대로 답습하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진짜 ‘인민의 어버이’라면 자신의 존재를 소중히 여기듯 인민의 인권도 귀중히 여겼으면 한다. 핵개발에 몰두하지 말고 그 노력의 100분의 1이라도 인민들의 비참한 삶과 짐승보다 못한 인권을 개선하는데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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