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서 미혼모 돕는 입양인 섀넌 하이트씨
“미혼모를 돕는 입양인들은 자신의 엄마를 떠올리면서 가끔 ‘만약 과거에 누군가가 우리 엄마를 도와줬다면 엄마가 나를 키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미국 입양아 출신으로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섀넌 하이트(30)씨는 2010년부터 매주 한 차례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국미혼모가족협회에서 미혼모의 아이들을 돌보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아이들을 돌보거나 자원봉사자 모집, 고민상담, 모금활동 등이 주 업무지만 미혼모와 그 아이들을 만나면서 그는 친 엄마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하이트씨는 “자랄 때는 ‘엄마가 왜 그랬을까’라며 원망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1980년대 해외 입양아의 80%는 미혼모 자녀였다는 얘길 듣고 우리 엄마가 미혼모 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어쨌든 힘든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이트씨는 네 살 때 쌍둥이 언니와 함께 주한미군 가족이던 양부모에게 입양됐다. 미국에서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1년쯤 영어 강사를 하면서 모국인 한국의 말과 문화를 배울 생각으로 2007년 한국을 찾았다가 한국어를 좀더 배우고 싶어 눌러 앉았다. 한국말도 유창하게 구사하게 돼 한국학 영문학술지 ‘코리아 저널’에서 번역 일도 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 구석은 늘 허전하다. 친 엄마를 찾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2년 여간 부모를 찾았지만 허사였고, 지난해에는 부모를 찾겠다는 생각으로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해 본선까지 진출했지만 촬영 화면이 방송되지는 않았다.
“처음 한국에 와서 몇 달 지내다 보니 가족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 거리를 걸으면서 저도 모르게 닮은 사람을 찾게 됐어요. 또 제가 아는 정보는 언니 이름(정하나)과 제 이름(정두나), 생일(1982년 3월20일) 뿐이에요. 이마저도 정확하지 않네요. 그렇더라도 꼭 친 엄마를 찾고 싶어요.”
연합뉴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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