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고도 행정부 구성은 정홍원 국무총리 취임이 고작이다. 나머지 행정부처가 어떻게 조직될지, 각 부처의 장관에 지명된 후보들이 그대로 임명될지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정부 파행'의 장기화 우려가 국민의 눈길을 바꾸고 있다. 한동안 여당과 박 대통령의 포용력 부족에 쏠리는가 싶더니, 야당의 '발목잡기'에 눈살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야당의 숙명이다. 예산안처럼 처리 시한이 못박힌 국회의 의안 처리 과정에서 여당의 오만과 비타협적 행태가 비난을 부르고, 소수당의 주장이 상대적으로 존중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기한 내의 일이다. 일단 기한을 넘기면 쟁점의 내용보다는 기한을 넘긴 결과가 부각되고, 소수의 횡포가 비난의 표적이 된다. 새 정부 출범이라는 분명한 기한을 넘긴 정부조직법 개정도 마찬가지다. 각 행정부처의 분위기는 어수선하지만, 관료 조직에 기대어 털털거리면서도 국정의 수레바퀴는 굴러간다. 대신 새 정부의 발목을 잡은 야당의 손이 클로즈업된다. 애초에 방송통신위원회의 기능 이전과 관련한 '방송 장악' 주장부터 반향이 시원찮았다. 앞으로는 이미 체면을 구긴 정부ㆍ여당보다 야당이 더욱 시간에 쫓길 처지다.
이런 처지가 소수당의 운명 때문만일까. 어느 때보다 정권교체 열망이 높았다는 지난해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 서둘렀어야 할 내부 개혁과 과거 청산에 게을렀다. 그 바람에 여당에 박 대통령의 기색만 살핀다는 비난을 퍼부어도, 지도력 공백으로 오도가도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만 튕겨져 나올 뿐이다. 정부조직법 개정 문제는 조만간 해결된다. 오히려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튼실한 야당이 불가결하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변화와 개혁이 장기적 관심사다.
민주당은 어제 대선평가 토론회를 열어 본격적으로 외부 시각에 접했지만, 내부의 패배 요인 분석과 그에 따른 변화ㆍ개혁의 방향은 일찌감치 제시됐다. 둘은 그리 다르지도 않다. 국민의 관심이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된 것과 딴판으로 추상적 이념ㆍ노선에 치중하고, 그것도 중도 보수ㆍ보수 개혁층에 파고든 새누리당과의 차별화 강박에 쫓기며 끊임없이 '좌(左) 클릭'을 했다. 지역과 세대의 정치 성향에 대한 편협한 진단도 결국 그 연장선상이다. 그 잣대가 계층이건, 지역이건, 세대건 국민을 양쪽으로 갈라 맞대결에 나설 경우 민주당의 승산은 희박했다. 오랫동안 국민적 기대를 모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핵심 지지계층의 결집이 부를 반작용을 우려해 '뉴 DJ 플랜'을 가동시켰고, 그러고도 모자라 'DJP 연합'으로 상대 세력을 쪼개고서야 비로소 대선에서 이겼다. 지역 잣대에서 한결 자유로웠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후보 단일화로 정몽준 지지층을 대거 흡수하고서야 승리를 거머쥐었다.
세상은 쉬이 바뀌지 않는다. 또 기왕의 이념ㆍ노선 균형이 흔들리면 연령층 내부의 조정을 거쳐서라도 원래의 균형점을 되찾아간다. '6월 항쟁'을 거친 50대나 '386 세대'인 40대 후반 유권자들이 지난 대선에서 보여준 증거다. 따라서 민주당이 집권의 꿈을 버리지 않는 한 스스로를 바꾸는 길밖에 없다. 그 출발점은 이념과 지역, 세대를 포함한 포괄적 의미에서의 '우(右) 클릭'이다.
문제는 이를 행동에 옮길 의지나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5월 전당대회를 앞둔 당내의 설왕설래는 민주당이 아직 품과 지지자를 늘릴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생각을 일깨운다. 정치 경력의 '순혈성'을 따지는 편 가르기, 대상이 모호한 충성도 재기, 자신은 경선 패배 앙금에만 떨어놓고 공당 논리대로 적극적 대선 지원에 나선 사람에게까지 대선 패배의 직접적 책임을 지우겠다는 비겁까지 그대로다. 이런 협량(狹量)으로 어떻게 민심의 격랑을 헤쳐나갈지 걱정스럽다. 대선은 5년, 총선은 3년이나 남아 있어 진정한 위기감이 없어서일까. '안철수 신당'이 가시화에도 위기를 자각하지 못한다면 민주당의 무감각은 이미 고황(膏肓)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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