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에서 1차전의 중요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다. 한국시리즈 7차전 같은 필승의 각오가 필요하다. 첫 경기를 따내야 선수단의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다. 남은 경기 운영에도 여유가 생긴다. 반면 첫 단추를 잘못 꿴다면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막중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무리수를 두게 되고 100%의 전력을 발휘할 수도 없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대만과 일본에 잇달아 패하며 이른바 '도하 참사'를 겪은 것도 1차전(대만)에서 패했기 때문이다.
한국 대표팀이 최강의 전력으로 제3회 WBC 본선 1차전에 나선다. 한국은 내달 2일 오후 8시30분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복병 네덜란드를 상대한다. 네덜란드는 주축 선수 대부분이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어 만만치 않은 전력이다. 같은 B조에 속한 대만, 호주에 비해 전력 분석도 덜 됐다. 전문가들은 "자칫 방심하다간 큰 코 다칠 수도 있다"는 공통된 지적을 하고 있다.
이에 류중일 WBC 대표팀 감독은 총력전을 선언했다. "네덜란드전에 나가는 멤버가 대표팀의 베스트 멤버"라며 "박희수, 정대현, 노경은, 오승환 등 모든 투수를 불펜에 대기시켰다가 내보낼 수도 있다"고 했다.
선발 투수는 당연히 가장 믿음직스러운 윤석민(27ㆍKIA)이다. NC와의 평가전에서 2경기(6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는 등 가벼운 몸 상태를 자랑하고 있다. 무엇보다 직구 최고 시속이 140㎞ 후반대까지 나오는데다 고속 슬라이더의 위력도 여전하다. 전력 노출을 우려한 류 감독은 "가장 컨디션이 좋은 투수가 1차전 선발이다"고 했지만, 정황상 1차전에서 던질 '강심장'은 에이스 윤석민뿐이다.
그 동안 대표팀은 국제대회 1차전에서 줄곧 에이스들을 등판시켰다. 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메달(동메달)을 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선 그 해 18승을 기록한 임선동(현대ㆍ이탈리아전)이, 금메달 신화를 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메이저리그 출신의 봉중근(LGㆍ미국전)이 등판했다. 2006년 제1회 WBC 대회 첫 번째 경기인 대만전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예선 1차전이었던 대만전은 모두 '괴물' 류현진(LA 다저스)이 책임졌다. 이처럼 대표팀은 1차전의 승리를 발판으로 잇달아 국제대회에서 호성적을 거뒀다. 이번엔 투수 4관왕 출신의 윤석민 차례다.
타선도 역대 최강 전력이다. 지난해 도루왕 이용규(KIAㆍ44개)가 1번으로 출전하고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난 정근우(SK)가 뒤를 받칠 예정이다. 중심 타선은 이승엽(삼성)과 이대호(오릭스), 김현수(두산)가 꾸릴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승엽과 이대호는 1루수로 포지션이 겹쳐 이승엽이 지명 타자로 출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하위 타선도 쉬어갈 곳이 없다. 지난해 타격에 완전히 눈을 뜬 최정(SK), 3차례의 WBC에 모두 출전하고 있는 이진영(LG)이 각각 6,7번을 맡는다. 8번과 9번은 포수 강민호(롯데)와 넥센 강정호가 차지할 전망이다.
류 감독은 "그 동안 WBC 대회에서 한국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네덜란드를 비롯해 호주와 대만을 모두 꺾어 조 1위로 2라운드에 진출하겠다"며 "타자들이 평가전을 치르면서 살아난 모습이고 투수들은 컨디션이 좋아 보여 만족한다"고 말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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