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빔 공격과 10만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에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8ㆍ레알 마드리드)의 신들린 움직임은 거침이 없었다.
2012~13 국왕컵 4강 2차전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경기가 열린 27일(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프 누. 세계축구 1인자와 2인자의 맞대결을 보기 위해 9만9,000명이 운집했다. 그리고 세계 축구 팬들의 시선도 '엘 클라시코'에 집중됐다. 적어도 이 경기에서는 2인자 호날두의 아픔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바르셀로나 팬들의 레이저빔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환상적인 몸놀림으로 1인자 리오넬 메시(26ㆍ바르셀로나)를 압도했다. 특히 '옛 스승'인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2골을 넣는 맹활약을 펼쳐 의미를 더했다.
호날두는 이날 자신이 얻은 페널티킥 골을 성공시킨 데 이어 결승골까지 터트리는 등 3-1 승리를 주도해 '캄프 누의 주인공'이 메시가 아님을 알렸다. 레알 마드리드는 국왕컵 1ㆍ2차전 합계 4-2로 바르셀로나를 따돌리고 결승에 진출했다. 올 시즌 엘 클라시코 전적에서도 레알 마드리드가 2승2무1패로 우위를 점했다. 2골을 더한 호날두는 엘 클라시코 통산 12골을 기록했다. 반면 엘 클라시코 통산 최다골(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18골)에 1골 차로 근접한 메시는 유효 슈팅 0개의 굴욕으로 팀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호날두는 지난 4년 동안 메시에게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를 빼앗기며 철저히 2인자의 그늘에서 살았다.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도 38골의 메시(호날두 24골)에 밀려 우울한 나날이 이어졌다. 그러나 호날두는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으로 바르셀로나의 수비진을 농락했다. 전반 13분 호날두는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헤라르드 피케를 앞에 두고 특유의 헛다리 짚기 기술을 구사했다. 호날두가 치고 나가는 순간 피케가 발을 걸어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호날두의 스피드와 발 재간이 빛난 순간이었다. 그는 페널티킥을 가볍게 차 넣었고, 잽싼 움직임으로 계속해서 바르셀로나 수비진을 압박해나갔다.
후반전에도 호날두의 독무대였다. 후반 12분 앙헬 디 마리아가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때린 슈팅이 핀토 골키퍼의 발을 맞고 흐르자 호날두가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왼발 슈팅으로 골 네트를 갈랐다. 이어 레알 마드리드는 바란이 헤딩골을 터트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바르셀로나는 종료 직전에 호르디 알바가 만회 골을 넣었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호날두는 경기 후 "1분부터 90분까지 완벽한 경기였다. 우리 선수들이 강한 투지를 바탕으로 3골을 뽑아냈다"며 "우리는 항상 모든 대회 우승을 노린다. 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우승을 위해 집중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호날두는 맨유로 이적설이 다시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퍼거슨 감독 앞에서 무력 시위를 펼쳤다. 레알 마드리드는 맨유와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3월6일)을 앞두고 있다. 또 3일 장소를 홈으로 옮겨 또 다시 엘 클라시코가 열린다. 호날두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2경기다.
한편 레알 마드리드는 세비야-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승자와 국왕 컵 결승에서 맞붙게 됐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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