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FnC의 패션 브랜드 래코드(RE;CODE)가 3월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캡슐(capsule)쇼'에 참가한다. 캡슐쇼는 미국 뉴욕과 라스베이거스,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을 돌며 연간 12회 열리는 패션 박람회. 래코드는 1월 중순 베를린 캡슐쇼에 이어 이번 행사에 또 다시 초청받았다.
래코드는 폐기 직전의 재고 의류를 새롭게 디자인한 제품을 내놓는 브랜드다. 지난해 3월 첫선을 보였다. 기존 제품보다 품질과 가치가 더 높은, 친환경의 '업사이클링(upcycling)'을 지향하는 참신한 아이템이다.
래코드가 한국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실험적이면서도 완성도 높은 전 세계 120여개 브랜드와 함께 캡슐쇼에 참가한 것은 100여 점의 출품 제품을 완성한 디자이너들의 노력 덕분이다. 래코드의 디자이너 3인방 박선주(34) 김자연(37) 강성도(29)씨를 만났다.
디자인 과정부터 다르다
래코드는 독립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는 형식으로 제품을 내놓는다. 액세서리 디자이너인 김씨는 로드숍을 운영하고 있다. 케이블TV의 패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강씨는 개인 브랜드를 준비 중이다. 박씨만이 유일한 전담 디자이너다. 이들은 재활용 디자인을 하면서 "인내심을 가져야 했다"고 입을 모았다.
"출발점부터 달라요. 콘셉트를 정하고 디자인을 하는 게 아니라 어떤 재고가 있는지 먼저 확인해 보고 아이디어를 구상하죠."(박선주) "뉴욕에서 공부하면서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많이 접해 봐서 선뜻 도전했는데 막상 원단을 보고는 멍했어요."(강성도)
일반 패션 브랜드보다 옷을 만드는 공정까지 미리 감안해 디자인해야 하는 점이 어렵다고도 했다. 재고 제품을 해체해서 재조립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시접 처리할 여분의 원단이 부족하고 이 분야의 축적된 노하우도 없다.
예뻐야 팔리죠!
래코드에는 각기 다른 소재를 꿰매 붙인 패치워크 디자인이 많다. 남성 정장 재킷은 치마가 되고 셔츠는 드레스가 된다. 세 사람은 자신들의 제품이 무엇보다 디자인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를 바란다.
베를린 캡슐쇼에 다녀온 박씨는 "유명 패션디자인학교의 학장, 교수, 패션 블로거 등 다양한 계층이 제품에 관심을 보였는데 첫 반응은 친환경에 관한 게 아닌 '디자인이 특이하고 예쁘다'였다"고 말했다. "업사이클링은 재활용에 창조적인 감성을 더한 개념이에요. 그 자체만으로도 디자인의 새로운 개념을 익히게 되는 거죠."
세 사람 중 가장 최근에 패션 공부를 마친 강씨는 브랜드에 세계 패션계의 흐름을 불어넣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강씨는 "원하는 색채감의 원단을 사수하기 위해 다른 디자이너들과 재고 쟁탈전을 벌이기도 한다"며 웃었다.
달라진 패션 디자인 철학
디자이너들은 래코드 제품을 만들면서 죄책감이 들었다고 한다. 패션업계의 일원으로서 지금의 브랜드와 제품이 넘쳐나는 현실을 반성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환경 개선을 위해 의류 재고를 줄이는 것부터 실천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브랜드이긴 하지만 세 사람 모두 작업을 하면서 지구 환경 문제가 패션 못지 않은 주요 관심사가 됐다고 한다.
"수북이 쌓인 재고를 보면서 트렌드만 좇기보다 정말 정성 들여 꼭 주인을 만날 수 있는 옷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하면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디자인할지 고민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죠. 그래서 부분별로 탈부착해 여러 용도로 입는 옷에도 관심이 많아졌어요. 완전한 사고의 전환인 거죠."(박선주)
"친환경의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정답은 없어요. 우리는 업사이클링을 추구하며 옷을 만들지만 재활용이 환경에 더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죠. 빨지 않아도 오래 입을 수 있는 첨단 소재를 개발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게 먼저 아닌가 싶기도 하고. 확실한 건 30~40년 후에도 지금처럼 빠른 트렌드 반영과 낮은 가격을 앞세운 패스트 패션 중심으로 패션계가 움직이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이죠."(김자연)
"정말 잘 팔리는 옷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환경을 살리는 길이겠죠. 샘플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디자인에 좀더 신중을 기하게 됐어요."(강성도)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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