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는 27일 박근혜정부 초기 당ㆍ청 관계와 관련해 "새누리당이 역동성 없이 청와대의 눈치만 보는 순간 국민에게 버림 받을 것은 뻔하다"며 당 지도부에 일침을 놓았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지연과 관련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개편안을 빨리 만드느라 새누리당 의견도 수렴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전 대표는 이어 "그 동안 여당이 무기력하게 끌려갔는데 이는 행정이 정치를 주도하는 것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 초기에 이런 일이 나타나 심히 유감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는 야당만이 아니라 대통령도 설득해야 한다. 지금처럼 새누리당이 할 일을 제때 못한다면 그 결과는 야당이 여당을 무시하고 직접 대통령에게 결단을 내리라고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정 전 대표는 "현재 협상의 쟁점은 정부의 방송 장악 가능성에 대한 야당의 우려 같은데, 이를 해소할 만한 대안을 찾으면 되고 그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새누리당이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해서 국회와 정부를 정상화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부조직을 5년마다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꼭 바꿔야 한다면 이번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바꾸지 않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선 정부조직 개편 협상을 지휘하고 있는 이한구 원내대표와 정 전 대표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정 전 대표의 작심 발언 직후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면서 정 전 대표가 발언을 이어가려 하자 이 원내대표가 발언을 요청한 이주영 의원에게 발언권을 넘기려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대해 정 전 대표가 불쾌감을 표했고 회의 내내 냉랭한 분위기가 지속됐다는 후문이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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