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쌍용차 대량 정리해고 이후 많은 동료들을 떠나 보내며 해고자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극한적인 고통을 느꼈습니다. 이에 비하면 지난 100일 동안에는 고작 추위, 생활의 불편과 싸웠을 뿐입니다."
100일 전인 지난해 11월 20일 쌍용차 평택공장 앞 송전탑 고공농성을 시작한 한상균(52)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은 27일 정리해고 후 동료들의 잇단 자살 등이 훨씬 힘들었다고 말했다. 한 전 지부장은 문기주(53) 정비지회장, 복기성(36) 비정규직 수석부회장과 함께 30m 높이 송전탑에 올랐다.
대선 전 여야는 그들의 요구사항인 쌍용차 국정조사를 약속했었다. 그러나 대선 후 새누리당이 국정조사 반대로 입장을 바꿔 사실상 어렵게 됐다. 여야 의원 각 3명으로 구성된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여야협의체'가 그 대안으로 이달 초 구성됐지만 아직 회의 한 차례 열리지 않았다. 한 전 지부장은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어기는 정치권을 보며 실망이 컸다"며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푸는 것뿐 아니라 사측 입장에서도 매각과정의 의혹을 해소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공농성의 가장 큰 성과는 무급휴직자 454명의 복직이다. 2009년 정리해고 당시 노사는 1년 후 휴직자 복직을 합의했지만 3년 반 동안 지켜지지 않았다. 한 전 지부장은 회사로 돌아가는 무급휴직자들에게 "노동자들 사이에 상처가 깊어 복직 후 적응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정들었던 공장에서 다시 일하면서 상처를 치유하고 생활이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복직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무급휴직자들은 기쁨과 설렘 속에서도 정리해고자들에 대한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성호 무급휴직자위원회 대표는 "정리해고자들이 언젠가 돌아간다는 기약이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너무 안타깝다"며 "우리가 먼저 손 내밀고 다가가 기존 노동자들과 화합하고 일도 열심히 해서 회사 상황을 개선시켜 해고자들도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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