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까지 중소도시 이외에 신규 출점을 자제키로 한 대형마트가 최근 울산에서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기습 출점하자 지역 중소상인단체가 사업조정을 신청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관할 지자체와 시민단체도 이 업체의 행태를 성토하며 영업중단을 요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울산슈퍼마켓협동조합(이사장 차선열)은 지난 25일 동구 방어동에서 SSM 영업을 시작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상대로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조정을 신청했다고 27일 밝혔다.
조합 측은 “영업 개시 전 홈플러스가 마치 레스토랑이나 빵집을 운영할 것처럼 소문을 내고, 해당 점포가 개인사업자 지분이 51% 이상인 가맹사업장이라고 속여 지역 상인들의 사업조정 신청 권한을 무력화시키는 등 기만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통합진보당 소속인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도 26일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방어동 직영점이 구민과 구청을 속이고 기습 출점했다”면서 “홈플러스 측의 기만적 행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즉시 영업을 중단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구청장은 “지난해 11월 15일 지식경제부와 홈플러스를 비롯한 대형마트 3개 사와 SSM 4개 사가 제1차 유통산업발전협의회 자리에서 중소유통업 보호를 위해 2015년까지 중소도시를 제외한 신규 출점을 자제키로 합의한 바 있다”면서 “홈플러스 측은 당시 합의서 잉크도 마르기 전에 SSM 직영점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청에 따르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방어동 출점을 준비 중이라는 제보를 접하고 수 차례에 걸쳐 회사 관계자들에게 신규 출점 여부를 문의했으나 회사 담당자는 지난 22일까지도 출점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김 구청장은 “개점 며칠 전 담당직원이 영업장 공사현장을 살펴본 결과 건물 전체를 합판으로 가려 볼 수 없게 했으며, 건물 임대계약 체결 사실도 은폐하는 등 출점 계획을 속여왔다”면서 “이곳 외에도 동구에 3건의 SSM 관련 상담이 더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지역 중소영세상인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모든 행정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소상인단체인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울산지부와 울산중소상인살리기네트워크도 이날 문제의 SSM 영업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상생 협약을 파기한 홈플러스는 직영점 영업을 당장 중단하고 사업조정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울산중소상인살리기네트워크 관계자는 “2011 6월 울산에서 처음으로 SSM 입주와 관련, 업계간 자율조정 협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바로 홈플러스로, 협약서에 서명한 후 1년 8개월 만에 상생약속을 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울산시는 즉각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개최해 이번 홈플러스 기습 출점 안건을 상정해 합당한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시 입회 아래 작성한 상생협약을 파기하고, 시 조례(입점예고제 등)를 무시한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이달 초 동구에 SSM 개점 계획을 알려 ‘기습 개점’은 아니며, 애초 식육식당을 운영하려던 개인사업자와 가맹점 형태의 운영을 논의하다가 여의치 않아 직영점으로 바꾸게 됐다”고 해명했다.
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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