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나홀로 조각(組閣)'을 했는데 결과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송 교수는 박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사에서 국정 키워드로 제시한 경제부흥ㆍ국민행복ㆍ문화융성에 대해서도 "(과거 정권과) 차별성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평가절하한 뒤 "박 대통령이 실제로 새로운 시대를 개척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중도보수 학자인 송 교수는 이날 새누리당 남경필 이종훈 의원 등 소장개혁파가 이끄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초청 특강에서 박 대통령의 리더십과 비전에 대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했다. 그는 지난해 총선과 대선 때 새누리당 영입 대상으로 거론됐었다.
송 교수는 박 대통령의 나홀로 인사 스타일에 대해 "대통령이 집권여당과 상의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 "그간 인수위와 당이 완전히 분리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박 대통령이 갖고 있는 권력에 대한 콘셉트, 즉 어디까지 개인적 판단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또 "박 대통령의 인사 결과는 우(友) 율사, 좌(左) 장성, 중(中) 관료 형태로 돼 있는데, 그러면 마음이 놓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송 교수는 경제부흥이란 용어에 대해 "대통령은 그 말에 대한 향수가 있겠으나, 제가 대학 다닐 때 많이 들었던 말을 다시 끄집어내는 게 정권에 득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면서 "20~40대에겐 약간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또 "새 정부가 내놓은 140개의 국정과제를 묶는 체계적 원리와 철학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경제와 복지는 분리된 것이 아니라 결합해서 움직이는 패키지"라면서 "두 개를 어떻게 묶어서 운영할 것인지가 박근혜정부가 직면한 핵심 질문이었는데, 대통령직인수위에선 그 답이 나오지 않고 항상 두 개가 떨어져서 논의됐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국민통합 등 박 대통령이 제시한 비전에 대해 "추상화된 형태로만 국민에게 제시되면 껍질이 깨졌을 때 국민이 기댈 곳이 없다"면서 "그 껍질 내부를 채우는 것이 새누리당의 과제"라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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