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거액 자산가 PB 부러워 마세요" … 서민 위한 PB '피플 뱅킹'이뜬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거액 자산가 PB 부러워 마세요" … 서민 위한 PB '피플 뱅킹'이뜬다

입력
2013.02.26 17:32
0 0

조철민(56)씨는 6개월 전만 해도 연봉 1억6,500만원을 받던 하나은행 지점장이었다. 그가 상대하는 이들은 대부분 억대 자산가였고 직접 관리하는 돈만 월평균 5억원 안팎에 달했다. 그런 조씨가 지난해 8월 퇴직한 뒤 선택한 길은 서민금융 전담 상담사인 '피플 뱅커'(PBㆍPeople Banker)다. 부유층 상대의 은행PB(Private Banker)와 영문 이니셜이 똑같다. 하지만 두 직업 사이에는 근무처가 은행이라는 점만 같을 뿐, 만나는 고객과 연봉, 직함 등 모든 게 크게 차이가 난다.

조씨는 "은행PB들이 거액 자산가의 돈을 불리는 것에 초점을 맞춘 반면, 서민금융 상담사인 PB는 저소득층ㆍ저신용자의 빚 청산 및 신용회복을 돕는 데 주력한다"며 "월급 200만원을 받는 계약직이지만 금융전문가로서 재능기부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서민들을 위한 PB, 피플 뱅커가 뜨고 있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업계 최초로 금융 소외계층에게 맞춤형 재무상담을 해주는 서민금융 전문 상담사 18명을 배출했다. 하나ㆍ외환은행 등 계열사 퇴직 지점장 11명을 비롯해 경험이 풍부한 40, 50대 금융인 18명을 선발해 서민금융 거점 점포에 배치했다. 하나 같이 30년 이상의 금융 경험과 고액 연봉 등 경력이 화려하다.

이들 중 조철민 상담사와 조병혁(58) 상담사를 21일 '희망금융플라자' 용산지점에서 만났다. 두 상담사가 둥지를 튼 18일에 맞춰 새로 문을 연 서민금융 전담 점포다.

퇴직 후 곧장 은행으로 돌아온 조철민 상담사와 달리 조병혁 상담사는 2009년 2월 퇴직 후 3년 여간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했다. 여느 자영업자와 달리 흑자를 내면서 안정된 삶을 살았지만 30여 년의 금융 경력을 묵히는 게 안타까웠다. 그는 "금융지식을 활용해 경제적 약자에게 도움을 주면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어 자영업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꿈은 다중채무자, 7등급 이하 저신용자 등 금융 소외계층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것이다. 조철민 상담사는 최근 상담했던 남자 대학생을 떠올릴 때마다 얼굴에 미소가 절로 번진다.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았다가 연체를 반복해 신용등급이 9등급으로 떨어진 학생인데, 당분간 현금만 쓰는 습관을 들이기로 굳게 약속했다고 한다.

조병혁 상담사도 단순히 일회성 상담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재무관리를 해주는 인생 선배의 역할을 할 생각이다. 그는 "신용회복을 위한 조언 못지않게 사후관리가 중요하다"며 "최소 1년 간은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 전화 등으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물론 소외계층에 대한 맞춤형 재무상담을 제대로 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상담 창구는 활짝 열려 있는데 오는 손님이 별로 없다. 홍보가 덜 된 탓도 있지만 대다수 서민이 종일 일하는 경우가 많아 영업시간에 은행을 들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용산지점은 고객이 전용 홈페이지(http://희망금융플라자.com)나 콜센터(080-891-1111, 1599-1115)로 예약 하면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로 상담하는 등 채널을 다양화했다.

조철민 상담사는 "적은 월급에 근무시간이 일정치 않아 힘들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서민금융 PB를 계속 하고 싶다" 며 "빚을 청산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돈을 효율적으로 쓰고 관리하는 등의 경제개념까지 자연스레 스며들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