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회과학에서 가장 각광받는 분야는 '리더십 이론'이다. 1940년대 스톡딜(R. Stogdill) 등 초기 연구자들은 성공한 리더들의 공통점을 찾는데 주력했다. 그 후예들은 40여 년의 시행착오 끝에 1990년대 '모든 상황에 완벽한 리더는 없다. 상황에 따라 리더십을 달리해야 한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때 성공한 리더십도 여건에 따라 조직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생뚱맞게 '리더십 상황이론'을 소개한 건, 기획재정부의 최근 상황을 정확히 설명해준다고 봤기 때문이다. 곧 물러나는 박재완 장관은 '온정적 리더십'으로 직원들의 자발적 복종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정감사 때 보고자료 수치가 틀려 국회의원의 추궁을 받고도 실수한 직원을 혼내지 않았다", "부이사관 승진에 누락된 뒤 억울한 심정을 편지로 전달했더니 진심으로 위로해줬다", "해외 출장 때 업무를 마친 뒤면 동행 직원과 카드 놀이를 할 정도로 소탈하다"라는 등 상당수 직원들이 권위를 버리고 눈높이를 낮췄던 박 장관과의 좋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 20개월 동안 재임하며 ▦국가신용등급 상향 ▦녹색기후기금(GCF) 유치 등의 성과를 이룬 건 '온정적 리더십'의 결과라는 칭송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그 리더십이 정권교체기라는 특수성과 맞물리자, 조직 곳곳에서 기강해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국무부가 '박근혜 정부의 등장으로 한국의 투자환경이 불확실해졌다'는 보고서를 내놨는데도 담당 국장은 파악조차 못한 게 대표적이다. 또 다른 국장은 대안을 내놓지도 못하면서 "모든 예산을 10% 일괄 삭감하는 건 수준 낮은 정책"이라며 새 정부의 복지재원 마련안을 비난하기에 급급했다. "과거에는 직원들이 실력 있는 국ㆍ과장 밑에서 일하길 원했으나, 이제는 일찍 퇴근시키는 상관의 인기가 더 높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근무 분위기도 느슨해졌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경제부흥을 위해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 상태라면, 적재적소 인사를 통해 흐트러진 기강을 다잡는 게 우선이다.
조철환 경제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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