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이 시행 중인 공사장에서 나온 흙 수만 톤이 입주가 시작된 인근 산업단지에 버려진 채 1년 가까이 방치, 물의를 빚고 있다.
26일 오전 경북 영주시 장수면 두전일반산업단지 중간 지점에는 시커먼 논흙이 평평하게 쌓여 있었다. 한 눈에도 농지 객토용으로는 불가능할 정도로 오염된 흙이다. 바닥에 쌓인 흙을 자로 재보니 1.6m나 된다. 산을 깎아 조성한 산업단지에 흙을 다지지도 않고 방치하면서 흙더미 사이로 빗물 도랑이 생겼고, 비가 많이 내리면 주변 사면으로 흙이 흘러 내려 도로를 덮칠 우려도 높다. 이 흙은 지난해 4, 5월 반입됐다. 산업단지 관리자 A(53)씨는 "흙을 쌓아 둔 터가 1만여㎡여서 흙의 양이 2만㎥, 15톤 트럭으로 3,000여대 분량이나 된다"고 말했다.
두전산업단지는 민간에서 육류가공 공장 등 입주를 목적으로 영주시 지원을 받아 2011년 10월 5만3,000㎡ 터에 완공한 곳으로 1개 업체는 가동 중, 1개 업체는 입주를 준비 중이다. 대림산업이 흙을 버린 곳은 입주를 앞둔 공장 터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사장 사토를 반출할 경우 논밭이나 대지 등에 50㎝이상 매립하면 허가 대상이다. 대림산업은 영주시로부터 사토처리 허가도 받지않고 불법매립한 것이다.
이에 대해 A씨는 "대림측에서 '공기가 급박하다'며 '공사장 터파기에서 나온 흙을 갖다 두었다가 되 메우기 할 때 가져가겠다'고 해서 승락 했는데 1년이 다 되도록 감감 무소식"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1월부터 2,000여억원 규모의 영주 노벨리스코리아 압연공장 증설공사에 착수, 올 상반기 완공예정이다. 두전산업단지에 버려진 흙은 1만1,000여㎡ 부지의 공장 증설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것. 이 땅은 애초 논이었으나 수십년 전 공장이 들어서면서 메워졌다가 이번 공사과정에서 파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하청업체가 산업단지 관리업체와 성토용으로 반입계약을 맺고 처리한 것으로 안다"며 "공사현장 되메우기용으로 반입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전산단 관리업체는 최근 경찰에 대림산업 노벨리스현장 부소장을 상대로 명의도용,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수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냈다. 대림측이 지난해 4월27일 작성했다고 제시한 토사반입승락서는 유령 문서라는 주장이다.
공단부지 개발업체 관계자도 최근 현장을 방문, "산업단지가 완공된 상태여서 성토용 흙 반입을 허락한 적도 없고 승락할 수도 없다"며 "법적 조치하겠다"고 반발했다.
공사장 흙이 불법으로 반출 매립됐는데도 대림산업 측은 책임을 하청업체로 떠넘기고, 영주시도 수차례 제보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방치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용호기자 ly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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