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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은 막을 수 없다

입력
2013.02.2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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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각종 언론들은 금년에 시행할 예정인 선택형 수능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서울 지역 9개 대학 입학처장들의 유보 의견 표명으로 촉발되었지만, 정부는 한 차례 작은 파도로 치부하고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선택형 수능이란 지금까지는 문과와 이과에 따라 수학만 Ⅰ,Ⅱ로 구분했던 것을 국어와 영어도 수학과 같이 A형과 B형으로 나눠 B형은 현 수준을 유지하고, A형은 쉽게 출제한다는 것이다. B형은 최대 2과목까지 응시 가능하나 국어B와 수학B를 동시에 선택할 수 없게 하고 대학들은 난이도를 고려해 가산점을 줄 수 있다. 과연 이 제도로 시험 부담이 없는 수능을 만들어 사교육이 필요 없게 될까? 우선 사교육과 대학 입시 간에 얽힌 문제들을 살펴보자.

첫째, 사교육은 대학입시 외에도 다양한 이유에서 비롯된다. 필자가 어렸을 때도 사교육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심하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는 여섯 형제였고 누나와 형이 같이 놀아주고 공부했으나 지금은 그럴 사람이 없다. 또 글로벌 시대의 기본인 영어교육이나 영재교육도 조기에 실시해야 효과적이다. 이렇게 보면, 사교육이 꼭 입시 탓만은 아니다. 한편 중·고등학교 입시가 있었을 때는 공부에 적성이 있는지가 몇 차례 걸러지면서 자연스럽게 정리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학생이 대입에 똑같은 기대를 하게 되었고 공교육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둘째, 학생들이 가고 싶은 소위 명문 대학 정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가위, 바위, 보로 학생을 뽑는다고 해도 다시 그 방법에 대한 사교육이 성행하게 된다. 상대의 심리를 읽고 이기는 방법을 배우려고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신의 자녀를 특수목적고나 명문대에 보낸 노하우를 살려 위탁 교육을 해주는 이른바 '사교육 대리모'가 인기를 얻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동안 수도권 대학의 정원 축소가 대학 구조조정의 핵심이 된 적도 있었다. 소위 명문대학의 정원을 늘리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가고 싶은 좋은 명문대학들을 많이 육성하는 방법은 없을까?

셋째, 전형요소가 너무 많아 입시가 복잡해졌다. 필자가 5년 전 총장 취임 시 인터뷰에서 기자들은 입시문제에 대해서 특히 3불(不)제도에 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당시 입시가 너무 복잡해 나도 파악하기 힘들어 단순해져야 한다고 답했다. 지금 전국적으로 3천여 개가 넘는 전형이 있다고 한다. 엄마의 정보력이 대학 합격의 으뜸가는 필요조건이 된 것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전형요소가 많아진 데는 설익은 정부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결국 내신, 논술, 수능, 심지어는 사회봉사까지 다하게 만들었다. 한 가지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좁기 때문에 다른 예비 수단들도 다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거론조차 금기시되어 왔던 3불제도 역시 입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필자는 기여 입학제를 줄곧 반대해 왔다. 그러나 평준화 이후에도 지역에 따라 또는 특목고, 자사고와 같은 새로운 명문이 생겨났는데 고교특성을 반영하지 않는 내신이 과연 판별능력이 있을까? 대학별 고사를 금지하고 수능과 같은 통일된 잣대로만 평가하면 대학의 서열화는 더 심해진다. 수험생들과 학부모에게는 학교와 학원 진학교사들의 수능성적에 의한 배치표가 곧 대학서열이 되는 것이다.

다시 선택형 수능으로 돌아가자. 현재 고등학교는 문과와 이과 계열만 존재한다. 세 과목의 선택형 수능을 준비하려면 모두 8개의 계열이 필요하다. 세 과목 가운데 두 과목만 B형을 택할 수 있으나 대학과 학생들의 선택조합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어서 막상 입시에서 학생들의 선택은 줄어들 수 있다. 대학에 따라 천차만별인 가산점은 어떻게 고려해야 할까. 엄마의 정보력은 그 위력을 더 발휘할 수밖에 없다. 이미 예고된 것이고 의견 수렴과정을 다 거쳤기 때문에 강행해야 한다는 것은 합리적인 명분이 될 수 없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던 나로호 발사도 문제가 발견되자 연기하지 않았던가. 선택형 수능, 다시 생각하여 헤아려 볼 일이다.

김한중 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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