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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반성한 학생에 빨간줄 그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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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반성한 학생에 빨간줄 그어야 하나"

입력
2013.02.2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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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이 일어나면 학교는 형식적으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고, 가해학생을 징계하고 문제가 다 해결됐다는 식입니다. 그러고는 전과자라는 '빨간 줄'을 긋듯 학교생활기록부에 이를 기록하라는데 교육자적 양심을 걸고 할 수 없습니다."

학생부 입력 마감 시일을 이틀 앞둔 26일 경기의 한 고등학교 김모 교사는 "교육적 고민 없이 가해학생을 단죄하고 배제하는 학교폭력 대책은 결코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학생에게 낙인을 찍을 게 아니라 잘못을 반성할 기회를 주는 것이 교육이라는 입장이다.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의 하나였던 학교폭력 가해사실의 학생부 기재를 두고 지난 1년 교육현장은 큰 혼란을 빚었다. 학생부 기재를 거부한 경기ㆍ전북도교육청 소속 교육장 등 49명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징계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23일 학교장 자율로 학생부 아닌 보조장부에 기재하는 절충안을 내놓은 상태다.

"가해학생도 과거 피해자였거나 폭력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란 경우가 많아요. 애정을 쏟고, 얘기를 들어주면 문제행동을 충분히 고칠 수 있는데 학교는 자꾸만 학교에서 몰아내려고 합니다." 지난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교내봉사 징계를 받아 가해학생으로 몰린 A양도 그래서 안타까운 경우다. 2년 전 매점 앞에서 후배에게 "100원만 달라"고 했던 일이 지난해 이뤄진 교내 학교폭력 설문조사를 통해 알려졌다. 김 교사는 "A가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문제학생'도 아니었고 단 한 번 있었던 일"이라며 "충분히 반성했고, 이후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2년 전 일로 자치위가 열리더니 학교폭력 가해학생으로 몰아세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가해ㆍ피해학생이 상처를 입는 것도 문제다. 김 교사는 "자치위에서 가해학생을 세워놓고 '네가 그런 부모 밑에서 태어나서 그렇지' 식의 인신공격도 많이 한다"면서 "가해학생 징계에만 집중하다 보니 피해학생은 오히려 방치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학생부 기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고발된 경기의 9개 학교 중 한 곳의 이모 교사는 학생부 기재가 학생들의 장래를 막는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는 "대학갈 때, 취직할 때, 하다못해 해병대 입대할 때도 내는 학생부에 적는 것이 과연 교육적이냐"며 "졸업 전에 심의해서 삭제하거나 중간 삭제도 가능하도록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담임을 맡았던 B군도 지난해 우발적인 시비 끝에 징계를 받고는 결국 입학사정관 전형에 전혀 지원하지 못했다. 그는 "학교폭력 자체가 가해ㆍ피해를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이 많고 학생부에 기재한다고 학교폭력이 줄 것이라는 생각은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한 섣부른 정책이었다"고 덧붙였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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