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정석(45)씨는 지난달 코타키나발루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주말에 연차휴가를 이틀 붙여 휴가를 내고, 초저가 패키지 상품을 웹사이트에서 찾아냈다. 아직 미혼인 김씨의 후배 직원은 지난달 친한 친구 2명과 함께 일본에 다녀 오기도 했다.
장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해외여행객이 꾸준히 늘어 지난달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원고ㆍ엔저’ 현상으로 해외여행 비용이 저렴해진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환율효과가 불황을 이긴 셈이다.
26일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월 출국자 수는 지난해 1월보다 18.7% 증가한 142만5,900명으로 집계됐다. 전달에 비해서도 21.8%나 늘어난 것. 기존 최대였던 지난해 8월(133만4,600명) 기록을 넘어섰다.
여행업계는 최근 원화가 강세를 보이며 국민들의 외국여행 부담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엔화가치 하락으로 일본 여행상품을 찾는 관광객의 수가 전년보다 50% 가까이 늘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 수가 아직 쓰나미 사태 이전 수준까지는 회복되지 않았으나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안에 예전 수준까지 도달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반면 같은 이유로 일본인 관광객은 급감하면서, 일본 정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으로 입국한 한국인은 23만4,500명, 한국으로 출국한 일본인은 20만6,474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방일 한국인과 방한 일본인 수의 역전현상이 발생한 것은 2011년 2월 이후 1년11개월 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9월부터 정치적 문제 때문에 줄기 시작했으나 최근 2개월 간 급감한 것은 아베 정부 출범 후 원고ㆍ엔저가 급격히 진행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파와 함께 저비용항공사 노선을 활용한 초특가 패키지가 많이 나오면서 동남아를 찾는 관광객도 크게 증가했다. 업계 1위인 하나투어 관계자는 “해외여행 고객의 행선지를 분석해 보면 동남아가 50%를 넘어 압도적”이라면서 “태국과 필리핀 등 현지 저비용항공사들을 이용한 초특가 동남아 패키지 상품이 인기가 높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한국을 찾은 외래관광객의 수는 내국인 해외여행객의 절반 수준인 75만명에 그쳤다. 이는 전달의 834만명보다 9% 감소한 수치. 다행히 지난해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한 중국인 관광객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 달에도 중국 대표 명절인 춘제(9∼15일)에 중화권에서만 10만4,000여명이 방문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한데다 최근 서울에 호텔이 급증하면서 투숙률이 떨어졌다”며 “내국인 고객을 위한 패키지 영업에 더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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