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총선 결과 후보를 낸 모든 정당들이 내각 구성 자격을 얻지 못한데다 정당들의 성향마저 크게 달라 연정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이번 선거에서 경제개혁 추진세력이 승리해 이탈리아의 경제 개혁이 지속할 것을 기대했던 세계 경제는 또다시 불안에 빠져들었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24일부터 이틀간 실시된 선거의 개표 결과 상원에서는 집권 민주당(31.6%), 자유국민당(30.7%), 오성운동(23.8%), 중도연합(9.1%) 등의 순으로 득표했으며 하원에서는 민주당(29.5%), 자유국민(29.2%), 오성운동(25.6%), 중도연합(10.6%) 등의 순으로 표를 얻었다.
하원에서 1위를 차지한 민주당은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의석의 55%를 차지하며 하원을 장악했다. 이탈리아 선거법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에 따라 전국 단위 비례대표로 선출되는 하원은 제1당이 무조건 의석의 55%를 차지한다.
민주당은 그러나 상원 장악에는 실패했다. 전국 단위의 하원과 달리 상원은 지역 단위로 비례대표가 적용되기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실제 당선되는 의석이 절반을 넘어야 한다.
내각을 구성하려면 상•하원 모두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탈리아 의회제도에 따라 민주당은 단독 내각 구성을 할 수 없게 됐다. BBC 방송은 나아가 “민주당의 연정 구성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민주당과 연정이 가능한 정당들(자유국민, 오성운동)은 민주당과 정치 성향이 매우 다르고 정치 성향이 비슷한 정당(중도연합)은 득표율이 너무 낮아 연정 대상 자체가 못 되기 때문이다.
실제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가 이끄는 민주당은 중도좌파 성향이지만 득표율 상 연정 구성 대상이 될 수 있는 자유국민당은 경제정책 실패로 2011년 물러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정치 복귀를 선언하며 주도한 중도우파 정당이다. 전직 유명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가 당수인 오성운동은 이번 선거에서 상•하원 평균 2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제3당으로 떠올랐지만 기존 정치권에 뿌리깊은 불신을 보이고 있어 연정 가능성이 낮다. 지난해까지 이탈리아의 경제개혁을 이끌던 마리오 몬티 전 총리의 중도연합은 10% 초반대 득표율을 얻어 민주당과 합치더라도 50% 득표율을 확보할 수 없다.
BBC는 “12만5,000여표 차이로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에 패한 자유국민당이 결과에 불복, 재검표를 요구했다”며 “수개월간 내각 구성이 지연되면 재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총선 결과 지속적인 이탈리아 경제개혁이 불투명해지면서 금융시장이 또다시 불안에 빠져들었다. 개표 초기 하락하던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은 개표가 진행되면서 반등하는 롤로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증시도 큰 영향을 받아 미국 다우존스가 25일 1.55% 하락했으며 26일에는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1.40%, 일본 닛케이평균이 2.26% 각각 떨어졌다. 유럽 증시는 26일 1~2% 하락세로 출발했다.
로이터통신은 “증시가 하락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이탈리아 국채를 매입하지 않으면 이탈리아가 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이탈리아 정부 구성이 늦어질 경우 유로존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과 위기가 확대 재생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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