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전남 나주시 한 하천에서 30대 초반의 여성이 실종 13일 만에 차량 안에 익사한 채 발견됐다. 경찰은 단순 교통 사고로 사건을 종결 처리했지만 이 여성은 당시 4억4,000만원에 달하는 4개의 사망 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남편인 박모(32)씨는 곧바로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위장 교통사고가 의심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마침 타살 가능성도 있다는 부검 결과가 나왔고, 보험 가입 시점이 사망 직전이라는 점이 의심스러웠던 경찰도 재수사에 나섰다. 그리고 경찰은 박씨가 보험금을 타기 위해 계획적으로 부인을 살해한 후 사고로 위장한 것으로 판단했다. 박씨는 인터넷 보모 구인 광고로 보고 찾아온 숨진 여성과 3개월 가량 동거하다 보험 가입 1주일 전 혼인 신고를 했다.
1심 재판부 역시 박씨의 혐의를 전부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당시 별다른 직업이 없던 박씨가 운전이 미숙했던 부인에게 이유 없이 차를 사준 점, 이 후 여러 사망 보험을 한꺼번에 들도록 적극 권유한 점 등을 살해 동기로 제시했다. 특히 박씨가 지인에게 사체 발견 지점을 특정해 경찰에 신고토록 한 것은 박씨가 사망 장소에 있었다는 것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라고 강조했다.
2심 재판부는 달랐다. "사건 현장에 박씨가 있었다는 점을 명백하게 입증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무죄로 판단했다. 박씨가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이 살해를 했거나 자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1ㆍ2심의 판단이 엇갈리는 가운데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은 2심 판단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가 어떻게 부인이 수장된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건 당일 박씨와 부인이 각자 차량을 운행했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며 "원심은 객관적 증거나 정황에 대한 충분한 심리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파기 이유를 설명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