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국악, 발라드, 록…. 뮤지컬의 음악 어법은 다양하다. 뮤지컬 '트레이스 유(Trace U)'는 라이브 밴드가 뿜어내는 광란의 메탈로 뒤덮여 있다. 굉음에 열광하는 청중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여성 관객들은 종반부로 치달으면서 객석에서 튕겨 일어나고, 적잖은 수는 헤드 뱅잉까지 하며 몰입한다. 스탠딩 콘서트가 따로 없다.
무대는 떠나간 여인을 잊지 못해 극도의 심리적 불안정 상태에 빠진 홍대앞 클럽 로커의 내면을 따라간다. 끝내 약물에 몸을 맡기는 그와 단짝 뮤지션이 벌이는 갈등으로 채워지는 무대의 전면에는 가버린 여인의 영상이 강박적으로 투영된다. 흐려졌다 선명해졌다를 반복하며 로커의 상태를 암시한다.
여기서 음악은 단순히 뮤지컬의 도구로 그치지 않는다. 무대는 클럽 그 자체가 되려 한다. 반투명 가림막 뒤 실제 밴드의 기타와 보컬은 실제 록 콘서트에서 하듯 양보 없는 배틀로 객석을 빨아들인다. 마침내 배우들은 박수와 환호에 빨려 들어가듯 객석 사이를 샅샅이 돌아다니며 분위기를 돋운다. 한 술 더 떠, 무대 좌우의 대형 스크린은 열광하는 객석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무대와 현실의 완벽한 혼동이다.
뮤지컬이 출연진, 메커니즘 등 볼거리에 종속돼 가는 풍토에서 이 작품은 음악의 존재 의의를 입증한다. 음악이 무대를 주재한다. 작곡가 박정아(39)씨는 "스테레오 타입화하는 우리 뮤지컬에 대해 형식적으로 딴것을 하고 싶었다"며 "내가 즐겨 듣던 헤비한 록을 주조로 하기로 연출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연성화로만 치닫는 요즘 창작 뮤지컬의 복병인 셈이다. 핑크 플로이드의 골수 마니아로 너바나, 신해철 등의 강렬한 록을 즐겨 듣는 이 여성 작곡가는 "딴것을 해서 대학로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클래식음악을 전공했지만 다양한 음악의 끈을 놓지 않은 그가 뮤지컬에 록 음악을 본격 응용한 것은 흡혈귀를 소재로 한 2010년작'마마 돈 크라이'부터다. 객석의 열광에 고무된 그는 "음악만 갖고 새로운 콘서트로 다시 탄생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4월 28일까지 대학로아트원씨어터 1관.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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