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친구 N과 함께 청국장을 먹으러 갔다. 청국장을 좋아하는 건 내가 아니라 N이었고, 우리의 대화가 청국장에서 스파게티를 넘어 까르보나라에 닿은 건 나 때문이었다.
“봉골레는 조개, 뽀모도르는 토마토라며? 그러면 까르보나라는 뭐야?” N은 뚝배기 안의 청국장을 싹싹 훑고 입을 열었다. “무슨 뜻인지는 나도 몰라. 어쨌든 올리브유와 베이컨을 넣고 조금 볶다가 스파게티면에 계란을 풀어서 좀 더 볶으면 끝. 크림소스를 넣지는 않아. 한국식으로 보자면 계란볶음밥 비슷해.”
나는 한 번 더 물었다. “그러면 베이컨과 계란이 주재료인 게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다?” N은 조금 뜸을 들이다가 이렇게 말했다. “그게 말야, 까르보나라 스파게티가 이태리 음식이라고들 하는데 우리 할머니 말로는 옛날엔 그런 거 없었대. 전쟁 때 미군들이 이태리에 들어와서 스팸 넣고 스파게티 해먹다가 그게 까르보나라 스파게티가 됐다는 사람들도 있어. 그러니까 주재료가 뭔지를 따지기는 좀 그래.”
듣고 보니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라는 거, 어찌 보면 계란볶음밥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부대찌개 같기도 하다. 알다시피 부대찌개는 미군부대에서 나온 스팸이나 소시지를 넣고 끓이던 찌개였다. 있는 거 없는 거 섞어 아무렇게나 먹다가 발견된 음식. 전쟁의 상처와 잡탕의 생활사가 만들어낸 요리. 까르보나라 스파게티와 부대찌개는 그렇게 각각 이태리요리와 한국요리가 됐다. 슬픈 잡스러움의 역사가 지닌 ‘고유의’ 힘인지도 모른다.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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