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2월 27일 KBS는 '한국의 할리우드, 충무로 영화가'란 주제로 배우 신성일 남궁원, 안소영이 스튜디오에 출연해 대담을 하며 중간에 관련 영상을 보여주는'추적 60분'을 처음 방영했다. 하지만 영상물이 나오지 않아 출연자들이 당황해 하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탔고 시청자 반응도 차가웠다.
한국의 최장수 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 27일 방송 30주년을 맞는 '추적 60분'의 출발은 이처럼 위태로웠다. 제작진은 2회부터 PD가 직접 취재한 내용을 설명하는 포맷으로 바꿨다.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2회'한국판 몬도가네, 몸에 좋다면 뭐든지'편을 비롯해 '혼자 사는 노인' '긴급점검 기도원' '청소년의 성' 등이 잇따라 반향을 일으켰고 시청률은 39.6%에 육박했다.
이후 정권 차원의 압력 등으로 1986년 5월 165회를 끝으로 폐지됐던 '추적 60분'은 1994년 2월 8년 만에 부활했다. 방송 재개 후 '추적 60분'은 '충격해부 죽음의 영생교' '매향리에도 봄은 오는가''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 등 한국사회의 주요한 이슈를 선점하며 화제를 불러왔다. 이중 1994년부터 2007년까지 7회에 걸쳐 방영된 영생교 관련 시리즈는 사이비 종교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교주 조희성씨를 구속 수사하는 계기가 됐다. 또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미군 폭격장에 대한 실태를 고발한 '매향리에도 봄은 오는가'편은 2005년 8월 매향리 사격장이 폐쇄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특성상 권력의 압력 등으로 불방 사태가 벌어지는 일도 있었다. 1996년 쌍용그룹 정치비자금을 다룬 '쌍용 사과상자 사건'편은 경영진의 취재 중단 지시로 방영되지 못했고 2010년 4대강 관련 의혹을 다룬 '사업권 회수 논란, 4대강의 쟁점은' 편도 당초 예정보다 2주 후에나 방영될 수 있었다.
'추적 60분'이 대한민국 최초 탐사 보도 프로그램으로서 방송사에 남긴 기록도 풍성하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 등 15명의 MC가 프로그램을 거쳐갔고 길환영 KBS 사장과 조대현 전 KBS 부사장, 이강택 언론노조위원장 등도 이 프로그램 출신이다.
그러나 시청률 하락과 소재 고갈, 취재 여건 악화 등 오늘날 '추적 60분'이 처한 현실은 녹녹하지 않다. 지난 13일 SBS가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1ㆍ2회 연속 방영하자 KBS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추적 60분' 대신 영화 '고지전'을 편성하기도 했다.
'추적 60분'은 27일 탐사보도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한 특집 방송 '추적은 계속된다'를 방영한다. 제작진은 폭로 전문 웹사이트인'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샌지를 단독 인터뷰했고 영국 등의 탐사 보도 프로그램의 제작 과정과 방식도 살펴봤다. 이재오 PD는 "영국 BBC의 '인사이드 아웃'은 제작 기간에 제한이 없을뿐더러 자사의 잘못도 고발할 수 있을 정도"라며 "이에 비하면 취재 여건은 물론 여러 가지 제약이 뒤따르는 한국에서 탐사보도가 나아가야 할 길은 아직 먼 듯 하다"고 말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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