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원주시 봉산동에는 똑같이'소림사'라는 간판을 단 두 사찰이 마주보고 있다. 무슨 사연이 있을까.
대처승 문모씨는 1976년 소림사라는 사찰을 지은 뒤 1985년 대한불교 원효종에 등록했다. 그는 이후 종단을 바꿔 2006년 대한불교 조계종에 사찰 소유권을 넘기고 이듬해 숨을 거뒀다. 졸지에 사찰을 잃게 된 원효종 소림사는 2008년 "문씨는 종단에서 탈퇴하는 순간 사찰 소유 재산에 대한 모든 권리를 잃었다"며 조계종 소림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두 사찰은 원효종 소림사가 조계종 소림사에 5억5,000만원을 내는 조건으로 사찰을 갖는다는 내용의 조정안에 합의, 1차 법적 분쟁은 마무리됐다. 조계종 소림사는 원효종 소림사 맞은 편에 사찰을 지었다.
하지만 이후 문씨의 자손들이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조계종 소림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 문씨에게 거액의 예금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2차 법적 분쟁이 시작됐다. 원효종 소림사는 2011년 "종단을 탈퇴한 문씨의 예금은 우리 사찰에 귀속된다"며 조계종 소림사를 상대로 16억원의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내 승소했다.
그런데 항소심 결과는 반대였다. 2008년 두 사찰이 합의한 조정안은 예금이 아닌 사찰 부지에 관한 것이었지만 말미에 '향후 두 사찰은 사찰에 관한 모든 권리관계와 관련해 상대방에 대해 일체의 민형사상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포함됐고, 이것이 원효종 소림사의 발목을 잡았다. 서울고법 민사15부(부장 김용빈)는 "조정안은 사찰 부지 및 건물에 관한 권리관계를 넘어 사찰에 관한 모든 권리관계를 대상으로 하는 포괄적인 권리관계에 관하여 정하고자 한 것이 조정 당사자의 의사인 점이 명백하다"며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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