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중개상의 규제 문제를 놓고 정부 무기 도입을 총괄하는 방위사업청이 딜레마에 빠졌다. 해외 업체의 국내 무기 판매를 돕는 대가로 수수료를 챙기는 중간상을 배제하면 가격(구매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더 큰 거래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비리 가능성만 갖고 사업자의 활동 자체를 금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방사청이 2010년 4월 ‘무역중개업자 활용에 대한 업무지침’을 제정, 200만달러(약 22억원) 이상의 해외 무기 구매 사업에 무기중개상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고가(高價) 무기 도입 과정에서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한편 무기중개상과 군 관련자 사이의 유착 소지를 줄여보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25일 방사청이 집계한 최근 5년 간 연도별 무역중개상 활용 현황을 보면, 정부가 상업 구매로 해외 무기를 사들이는 데 쓴 금액 중 중개 방식으로 거래된 액수의 비중이 2008년 45%에서 2009년 97%로 껑충 뛰었다가 방사청이 지침을 내놓은 2010년 13%로 대폭 줄어들었다가 2011년 41%, 지난해 81%로 다시 급증했다. “공군 차기전투기(F-X) 사업 등 대형 사업 계약이 미뤄지면서 상대적으로 200달러 미만 사업의 비율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게 방사청 측 설명이지만 전문가들은 “그만큼 중개상 배제가 어렵다는 방증”이라고 말하고 있다.
업계는 무기중개상은 불법 로비스트와 엄연히 달라 무조건 없앨 수는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무기 거래 당사자가 직접 상대방 나라를 오가는 것보다 싼 비용으로 행정 잡무를 대신해주는 합법 에이전트라는 것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현재 방사청에 등록한 무기중개상은 720여곳이지만 등록하지 않고 활동하는 업체까지 합치면 1,200여곳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들 중 상당수는 볼트나 너트 등 저가 부품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영세업체로 거래 협상이나 계약에는 일체 간여하지 않고 양측 행정 편의를 위한 업무만 대행한다”고 설명했다.
차제에 미국처럼 로비스트를 양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상명하복이 체질화된 군의 특성상 인맥을 활용한 음성 로비를 통제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제도화해 로비스트를 등록케 하고 이들을 감시하는 한편 전문성도 활용하자는 것이다. 군사전문지 디펜스21플러스의 김종대 편집장은 “예비역들의 무기중개상 취업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중개 수수료가 아깝다는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정부 당국자 대신 해외 업체와 맞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군 출신 전문 로비스트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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