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이 친구 될래요" 달라진 아빠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이 친구 될래요" 달라진 아빠들

입력
2013.02.25 17:30
0 0

'링 위의 한판', '아빠몬스터 볼링', '공든탑 두뇌훈련'…. 아홉살 세환이밖에 모르는 '아들 바보' 김동권(43ㆍ서울)씨가 손수 만든 장난감들이다. 김씨가 아들과 놀려고 개발한 장난감은 170여개. 그는 "건물 관리업에 몸담고 있어 주 7일 내내 일해 피곤하긴 하지만 저녁 9시쯤 퇴근 후에는 꼭 아들과 논다"고 말했다.

예전에 그는 퇴근 후 집에 오면 저녁 먹고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만 보다 잠들던 무심한 아빠였다. 그가 달라진 건 2년 전. 거실에서 자신과 눈을 마주친 아들이 갑자기 울음보를 터뜨린 뒤부터다. 아빠가 무서웠던 것이다. "그때 충격 받았죠. 내가 평소 굳은 얼굴로 아이를 외면했던 아빠였던 거에요."

그날 이후 김씨는 아들과 편하게 집에서 놀 수 있는 장난감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2년간 노하우가 쌓이자 블로그에 장난감 제작기를 올려 남성 최초 육아 파워블로거도 됐다. 그의 블로그 '아빠와 함께 하는 10분 게임'은 일 방문객 2,000여명, 새 글 알림 구독자 수는 5만여명을 자랑한다. 김씨는 "제 블로그를 보고 영감을 얻어 아이의 일상을 동화나 만화로 만들어 블로그에 올리는 아빠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바쁜 직장 생활에도 육아에 적극 뛰어드는 '워킹대디'가 대세다. 부성애를 다룬 영화 '7번방의 선물'이 1,000만 관객수를 돌파하고, 지상파 방송의 아빠와 2세간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인기몰이를 하는 것도 이런 사회적 트렌드가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아이와 다정하게 놀아 주고 말벗이 되는 친구 같은 아빠를 뜻하는 '프렌디(Friend+Daddy)'란 신조어도 생겼다. 아침에 '신문 가져오라'는 권위적인 아버지상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워킹맘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7~12월까지 아빠 교육프로그램 '고고대디스쿨' 에 참여한 30~50대 아빠 280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93%가 '아이에게 친구 같은 아빠'로 기억되고 싶다'고 답했다. 아이에게 난 어떤 아빠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48%가 '친구 같은 아빠'라 답했다.

여덟살 명수의 아빠 김모씨(36ㆍ인천)는 퇴근 무렵이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흐른다. 집에 들어갈 때쯤 집안 어딘가에 숨어 있는 딸을 찾는 게임을 2년째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 저녁 숨바꼭질하는 게 사소한 것 같지만 거기서 느끼는 기쁨과 유대감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딸이 먼저 관두기 전까지 열심히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친구 같은 아빠 만들기에 정부와 기업도 나서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초보 아빠를 대상으로 육아 정보를 전하는 '100인의 아빠단'을 2011년 9월 발족해 현재 2기를 운영 중이다.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9월 자녀 연령대별 육아법에 관한 '아버지교실'을 4주 과정으로 열었다. 의류업체 알퐁소는 지난달 말 서울 명일동 한 대형마트 문화센터에서 '아이 함께 놀기'교실을 처음 열었다. 참여한 13가족 중 9가족이 아빠와 함께 참여했다. 이마트도 이달 들어 '프렌디 데이'를 기획, '키즈 운동회' '클레이 공룡 만들기' 등 아빠와 함께 하는 체험활동을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아빠들의 맞벌이 선호로 자연스레 육아를 맡으려는 인식이 확산되고 이왕이면 더 좋은 아빠가 되려는 욕구가 맞물려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아빠의 육아 참여가 높을수록 아이의 자아존중감과 정서가 발달된다는 '아빠효과(the effects of fathe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 이유다.

한국워킹맘연구소 이수연 소장은 "자녀가 영유아 시기 때 아빠가 자주 스킨십을 하면 아이가 커서도 사춘기를 잘 넘긴다"며 "아이가 예민해지는 10살 전까지 아이와 친밀감을 쌓아두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