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을 갖고 5년 임기를 시작했다. 새 정부 5년의 국정비전과 목표를 집약한 취임사 제목은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이다. 박 대통령이 말하는 '희망의 새 시대'란 "국민 개개인의 행복의 크기가 국력의 크기가 되고, 그 국력을 모든 국민이 함께 향유하는"시대이다.
우리는 6ㆍ25 폐허를 딛고 산업화를 이뤘고 권위주의 시대를 극복해 민주화를 성취했다. 지난 5년의 이명박 정부는 그 위에 선진화를 추구했지만 양극화 심화로 국민다수는 불행과 고통에 빠졌다. 국부(國富)는 커졌다 해도 국민 개개인의 살림과 행복지수는 오히려 나빠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이 국민 모두가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을 시대적 소명으로 삼고, 여기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다짐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박 대통령은 이날 '희망의 새 시대'를 열어갈 키 워드로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제시했다. 융합 및 IT산업을 토대로 한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통해 경제부흥을 이뤄가겠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다. 21일 대통령직 인수위의 국정비전 및 국정목표 발표에서는 핵심 대선공약 중 하나인 경제민주화 용어가 빠져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창조경제가 꽃 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그런 의구심을 상당부분 불식시켰다.
그러나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둘 수밖에 없는 창조경제는 공정과 분배를 중시하는 경제민주화와 상충하기 십상이다. 이 모순을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가느냐에 박근혜 정부의 경제부흥 성패가 달렸다고 하겠다.
박 대통령은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이 선순환(善循環) 하는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정부와 국민이 서로 믿고 신뢰하면서 동반자의 길을 걸어가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깨끗하고 투명하며 유능한 정부로 국민의 신뢰를 얻겠다는 다짐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있을 수 있다. 내가 옳으니 국민은 믿고 따라오라는 독선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 인수위 활동에 이어 조각 및 청와대 비서진 인선에서도 불통과 독선 논란이 일었다. 각 언론에서 숱한 지적이 있었던 인수위 대변인을 기어이 청와대 대변인으로 내정하는 것을 보고 전율을 느꼈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접점을 못 찾고 있는 정부조직법개편안 진통에도 불통과 독선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진솔한 소통 없이 국민의 신뢰는 결코 얻어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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