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필립(85)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이사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이날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 이사장은 25일 오후 부산일보를 통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언론인 여러분'이라는 제목의 글을 각 언론사에 팩스로 보내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 글에서 "그동안 이사장직을 지키고 있던 것은 저의 행보가 정치권에 말려들어 본의 아니게 정치권에 누를 끼치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이제 이사장으로서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만큼 모두 용서해주시고 이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최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MBC 관계자들과 서울 정동 정수장학회 사무실에서 만나 정수장학회가 보유한 30%의 MBC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 최 이사장은 대선 직전까지 야권의 사퇴압박을 받았고 전국언론노조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으나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고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딴 정수장학회는 부산 지역 사업가인 고 김지태씨가 설립한 부일장학회의 후신으로, 5ㆍ16 쿠데타 군부세력에 의한 강제 헌납인지 김씨의 자발적 헌납인지가 지난 대선 당시 논란이 됐다. 최 이사장은 이날 "정수장학회는 50여년 전 박정희 대통령이 수립한 엄연한 공익 재단"이라며 자발적 헌납임을 시사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 시절 "김지태씨는 4ㆍ19 때부터 부정축재자 명단에 올랐고 5ㆍ16 때 부패 혐의로 징역 7년을 구형받는 과정에서 처벌받지 않기 위해 헌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김씨 유족이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증여 의사 표시가 강압에 의한 것으로 인정되지만 시효가 지나 반환 청구를 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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