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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의 거장' 박노수 화백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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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의 거장' 박노수 화백 별세

입력
2013.02.2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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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의 거장 남정 박노수 서울대 명예교수가 25일 오후 1시20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 충남 연기 출신인 고인은 18세에 청전 이상범을 사사하고 이듬해 서울대 회화과에 입학했다. 도제식 교육이 일반적이던 당시에 정규 미술대학에서 교육을 받은 광복 후 1세대 작가에 속한다. 1953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국무총리상을 시작으로 55년 국전에서 검은 한복차림의 여인상 '선소운'을 출품해 한국화가로는 처음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고인은 선명하고 투명한 색채와 대담한 구도, 여백의 미를 통해 한국화의 새로운 경지를 끌어올린 작가로 꼽힌다. 채색을 없애고 먹을 사용하는 당시 화단의 경향에 대해 그는 먹과 채색을 고집했다. 해방 후 1세대 작가들이 먹에서 추상으로 넘어갔지만, 채색과 수묵을 절제된 색채와 간결한 선묘로 융합시켜 과거와 현재,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뛰어넘은 것으로 평가된다.

아래부터 위까지 한 여인으로 가득 찬 '월향'(1956년작)부터 꽃을 든 한복차림의 여자를 그린 '여인'(1968년작), 피리 부는 까까머리 소년을 그린 '소년'(1974)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은 구체적 인물을 통해 비현실적 공간감을 표현한다.

고인은 2003년 1월 수두증(물뇌증)으로 갑자기 쓰러져 작품활동을 중단했다. 그러나 2010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는 등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조명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11월 그는 소장품 약 1,000여 점을 서울 종로구에 기증했고, 종로구는 이를 토대로 7월 박노수 미술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미술관은 고인이 72년부터 거주해온 종로구 옥인동 가옥을 개조한 것으로 91년 서울시문화재자료 제1호로 지정됐다.

이화여대 교수에 이어 서울대 교수를 지낸 고인은 서울대 미대 교수, 서울미술대전 추진위원장, 대한민국예술원 미술분과 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후학 양성뿐 아니라 우리 미술계 발전에도 이바지했다. 1983년 예술원회원으로 선임됐으며 대한민국예술원상(1987년), 은관문화훈장(1995년), 3ㆍ1문화상(2000년) 등을 받았다. 유족은 부인 장신애 씨와 찬규(한국과학기술원 교수), 민규(국립해양연구소), 진화, 단교, 가향, 이선 씨 등 2남 4녀가 있다. 배우 이민정이 고인의 외손녀이다. 빈소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발인은 27일 오전 9시. 장지는 경기 여주 남한강공원 묘원. (02)2227-7500.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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