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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시대, 앞을 보고 가자

입력
2013.02.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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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시대'가 시작됐다. 5년 단임 새 대통령 취임에 새 시대의 개막을 논하는 것은 과장일 수 있다. 그러나 신라시대 이후 첫 여성 통치자를 선택한 것만으로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남녀 차별의 낡은 관습을 청산하지 못한 사회에서 민주적 절차로 여성 지도자를 고른 것은 후세가 더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취임한 어제는 이 땅의 남녀평등을 위해 위대한 날이다. 그를 지지한 유권자들, 특히 여성들은 새삼 자부심을 누릴 만하다. 외국의 연구에 의하면, 여성의 정치 리더십은 10대 여성들의 성취욕과 교육적 성과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하물며 여성 대통령의 영향은 훨씬 더 클 것이다. 가장 높고 완고한 유리 천장이 깨진 마당에 사회 어느 곳이든 여성을 가로막는 장벽은 허물어지거나 낮춰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박 대통령은 우리 사회를 위해 이미 큰일을 이뤘다. 정권 인수기간에 더러 주춤거리고 뒷걸음질 치긴 했으나, 첫 여성 대통령의 상징성은 여전히 뚜렷하다. 그를 지지하지 않은 유권자도 어느 때보다 각별한 취임식의 감동에서 세상이 달라진 이치를 깨칠 법하다.

박근혜 시대 개막은 불행한 과거와의 산뜻한 결별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우리의 기억을 어지럽히고 갈등과 대립을 부추긴 '박정희 시대' 논란을 역사 속으로 돌려보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란 가슴 먹먹한 감회와 '독재자의 딸'이란 혐오의 감정을 함께 묶어 역사의 기록으로 되돌릴 때이다.

박정희 향수든 박정희 혐오든, 이제 그 것이 더 이상 대립과 퇴행의 바탕이 돼서는 안 된다. 이 시대 유권자들은 자유로운 의지를 좇아 지루한 박정희 공과(功過) 논란에 최종 판정을 내렸다. 또 다시 과거의 기억을 억지로 끄집어내 강파른 논란에 매달릴 때는 지났다. 부질없는 역사 논쟁으로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스스로 어지럽히고 역사의 진전을 가로막는 어리석음을 벗어나야 한다. 이제 앞을 보고 열심히 달려갈 때이다.

과거가 남긴 부정적 유산을 청산하는 작업은 미래의 발전을 위한 것이다. 박근혜 시대를 맞은 우리를 기다리는 안팎의 도전은 거칠고, 대통령과 국민이 함께 짊어진 과제는 무겁다. '국민 행복'과 '희망의 새 시대'는 훌륭한 구호이고 약속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말과 우아한 몸짓만으로 미래의 도전과 과제를 감당할 수는 없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이후 열렬한 지지자들조차 뜻밖으로 실망하고 낙담하게 했다. 그만큼 대통령은 어렵다는, 그 엄중한 사실을 깊이 깨닫고 늘 성찰하지 않으면 언제 어떤 실책과 과오를 남길지 알 수 없다. 그것이 역사가 입증한 진실이다.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 모두가 역사와 현실에 대한 오만과 편견이 마련한 함정과 수렁을 비껴가지 못했다. 더러 무지와 무능이 초래한 결과이지만, 대개 역사와 국민이 맡긴 소임을 잘못 이해하고 그릇된 길로 달려간 비극의 산물이다. 저마다 나름대로 훌륭한 뜻과 정성을 기울인 데도 불구하고 참담한 실패와 좌절을 겪어야 했다. 대통령만의 잘못과 책임이 아닌 경우도 있지만, 민심과 역사의 평가는 늘 냉정하고 무섭다.

이 모든 험로와 장애를 극복하고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역사와 현실을 겸허하고 지혜로운 안목으로 보아야 한다. 자신의 성공이 곧 '국민 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이루는 길이다. 또한 아버지 박 대통령을 역사 속의 정당한 자리에 영구히 모시는 길일 것이다.

야당과 반대세력을 비롯한 국민도 나라의 앞날을 위해 이제 '성공한 대통령'이 절실히 필요한 때임을 인식해야 한다. 무엇보다 민생경제와 복지를 돌보고 향상시키는 현실의 과제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밝은 미래를 준비하고 개척하는 비전을 생각할 때다. 모두가 함께 앞을 보고 나아가야 한다.

강병태 논설고문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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