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정복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은 있었어요. 깊게 생각한 건 아니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이었죠. 내가 신비주의를 고수했던 것도 아니잖아요. 놀랐던 건 의외로 사람들이 그 프로그램에 꽤 큰 의미를 두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가수 한영애가 MBC '나는 가수다 2'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가요계의 전설이라 할 만한 가수가 까마득한 후배들과 순위 경쟁을 한다니 팬들로선 자존심이 상할 법도 했다. 최근 서울 명륜동의 한 지하 연습실에서 만난 한영애는 "'팝가수'라는 사람들 사이에 내가 끼면 어떻게 들릴지 궁금했다"면서도 "괜한 말로 팬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오해를 사고 싶지 않으니 TV 출연 이야기는 그만하자"며 화제를 돌렸다.
이야기의 중심을 약 2년 만에 여는 콘서트로 옮겼다. 3월 8~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세 차례 열리는 이번 공연의 제목은 '원츄?'(Want You?). 여간 해선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부르지 않던 그가 누리꾼들로부터 신청곡을 받아 레이디 가가, 장기하와 얼굴들, 김현식의 노래를 부른다. '나가수2'에서 불렀던 곡들도 포함됐다. 그는 "대중의, 대중에 의한, 대중을 위한 공연"이라고 규정하면서 "다른 사람의 정서를 알게 된다는 게 큰 기쁨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인 그는 1976년부터 이정선, 김영미 등과 혼성 4인조 포크 그룹 해바라기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정식 데뷔했다. 86년 정규 솔로 데뷔 앨범 '여울목'을 내기 전까진 연극배우로 무대 위를 누볐다. 88년 2집에 수록된 '누구 없소'와 '코뿔소'가 크게 히트하면서 인기의 정점을 찍었지만, 정작 그는 7, 8년이 지나도록 그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인기보단 자유를 추구하는 게 좋았던' 시절의 이야기다.
한영애는 2003년 여섯 번째 앨범 '비하인드 타임' 이후 10년째 앨범을 내지 않고 있다. 구상은 10년 동안 늘 하고 있는데 언제가 될 진 모르겠단다. "아직 만들어 놓은 곡은 없어요. 잘 엮어지면 금방 될 수도 있겠죠. 이젠 저도 갈증이 생깁니다."
'나가수2' 출연은 한영애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듯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춘 덕에 10대 팬들이 부쩍 늘었고, '원츄?'라는 공연도 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자신을 얽매는 틀을 깰 수 있었다. "'나가수2' 출연은 나 자신을 깨는 혁명과도 같은 것이었어요. 날 깨야만 날 새롭게 볼 수 있고, 새로운 걸 담아낼 수 있죠. 아이러니하지만 방송 출연뒤 음악에 온 마음을 바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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