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한국은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이다. 역사적으로 독도문제, 동해 표기 문제, 간도 문제 등 많은 갈등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 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위안부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일본군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본군의 기만에 의해 징용 또는 인신매매, 납치, 매수 등 다양한 방법으로 끌려가 성적인 행위를 강요받은 여성을 말한다. 그러나 일본의 일부 지식인들이 공식 석상에서 했던 말들은 우리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한국에는 기생집이 많아서 (위안부 활동이) 생활 속에 녹아 있다."(1997년 아베 신조 전 총리)
"한국인 위안부는 돈을 벌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2001년 가지야마 세이로쿠 의원)
"위안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며 나는 일부 부모들이 딸을 팔았던 것으로 본다."(2007년 시모무라 하쿠분 관방장관)
모든 일본인들이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 터이지만, 일부라 하더라도 지도층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인 만큼 위와 같은 발언들은 단순한 망언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도층으로서의 위상을 지닌 그들이 가볍게 내뱉는 말 한마디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3년 들어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에서도 표현하기 어려운 경험을 한 분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는 점은 역대 총리와 다르지 않다"라는 발언을 한 바가 있다. 그는 왜 지금껏 고수하던 태도를 바꾼 것일까? 우리는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용서해야 하는 것일까? 그간 아베 총리는 "종군위안부 기술은 교과서에서 삭제해야 한다"며 그들의 부끄러운 역사를 숨기려고만 했다. 그랬던 그가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일까?
전범으로서 흔히 일본과 비교되는 독일은 전쟁을 일으키고 유대인 학살 등 만행을 저질렀지만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했다. 또한 선조들의 잘못을 방송과 교과서에 싣고 되새겨 다음 세대가 바른 역사관을 가지도록 교육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은 아직도 왜곡된 역사를 교육하고 있기에 그러한 교육 속에서 성장한 많은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그릇된 지식을 진실이라 믿으며 살고 있다. 그렇기에 일본과 우리의 갈등은 세대를 이어가며 심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거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양심고백을 한 요시다 세이치를 사기꾼으로 비난하며 역사적 사실을 허구의 소설로 치부해 버렸다. 요시다는 홋카이도 신문과의 회견에서 조선 여성들을 일본군 위안소로 강제 연행한 자신의 체험을 고백하고 자신의 비인륜적 행위를 눈물로써 참회한 사실이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요시다의 고백을 "종군위안부는 요시다 세이치가 지어낸 이야기다. 일본 언론이 만들어 낸 이야기가 밖으로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죄를 뉘우치고 용서를 구한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을 지어낸 이야기로 만들어 버렸다.
이어서 아베 총리는 위안부에 대한 군 당국의 강제성은 의문이고 증거가 없다고도 했다. 그래서 그는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군과 군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도 부정했다. 반인륜적인 죄를 지었으면서도 위안부 강제연행의 증거가 없다며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여온 것이다.
이런 식으로 위안부를 부정해온 아베 총리가 고노 담화 수정을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민감한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런 그의 태도는 국제적 압력에 위안부 문제의 외교 쟁점화를 피하려는 의도로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이런 식으로 강대국의 눈치를 보며 하는 진정성 없는 사과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마음에 용서를 구할 수 없다. 오히려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만하는 행동으로까지 여겨질 수 있다. 아베 총리가 미국 부시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그는 부시 전 대통령에게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그는 그 전에 위안부 피해자들을 배려하는 발언을 한 적이 없고 오히려 고노 담화를 부정했다. 피해자에게 먼저 사과하지 않고 미국 전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죄송한 마음이 든다는 아베 총리의 진심이 궁금할 뿐이다.
일본은 정치, 외교, 국제적인 문제로서 편의상하는 사과가 아닌 그들의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태도를 반성하고 한 국가의 이름으로 위안부 문제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진심어린 사과가 너무 늦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가슴에 상처를 간직한 채로 억겁과도 같은 시간들을 보낸 위안부 문제 피해자들은 더 이상 기다려줄 시간이 없다. 허공에 울려 퍼지는 사과가 되지 않길 바란다. 더 이상 정치역학 속에서 억지로 하는 사과가 아닌 진정성 있는 일본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이선영 서울 신광여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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