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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질 따라 꽃이 피고 새가 날다… 화폭이 숨 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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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질 따라 꽃이 피고 새가 날다… 화폭이 숨 쉬는 듯

입력
2013.02.2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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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강 조속(1595~1668), 오원 장승업(1843~1897), 운미 민영익(1860~1914) 등 조선후기 화가 23인의 화조도가 소개되는 '조선후기 화조도전: 꽃과 새 물고기와 풀이 사는 세상'이 다음달 12일부터 31일까지 인사동 동산방화랑에서 열린다. 전시된 80여 점 중 겸재 정선(1676~1759), 단원 김홍도(1745~1806?), 혜원 신윤복(18~19세기), 창강 조속, 현재 심사정(1707~1769)의 화첩그림 전모를 비롯해 70여 점은 처음 소개된다.

최초 공개되는 작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정선의 '백로도첩' 10폭이다. 작품의 기량은 물론이거니와 보관 상태, 작품이 그려진 배경까지 사람들의 마음을 잡는다.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작년 처음 이 그림을 봤을 때 이 작품 하나만으로 전시회를 열어도 되겠다고 생각했을 만큼 대단한 작품"이라며 "정선이 '인왕제색도' 등 진경산수화의 진면목을 보이기 이전 산수화풍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소개했다.

이 작품은 사천 이병연(1671~1751)을 위해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두 사람은 서로의 시와 그림을 보완하며 역량을 키웠던 평생지기 친구로 잘 알려져 있다. 1729년 겸재는 황해도 배천군수인 사천을 찾아가 환곡관리 잘못의 책임을 지고 곤장 100대를 맞았던 사천을 위로하며 '백로도첩'을 그렸고, 사천은 여기에 발문을 썼다. 이 교수는 "당시 백로는 장원급제를 상징하는 동물로 정선은 백로의 흰 색을 표현하기 위해 화선지를 쪽빛으로 물들이고 물감을 덧칠했다"고 설명했다.

김홍도의 '수금ㆍ초목ㆍ충어 화첩' 10폭은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품으로 단원이 서울 출신임을 짐작하게 하는 발문이 포함돼있다. 단원은 화첩의 마지막 폭인 '갈대꽃과 게'에 "갑진년(1784년) 6월 단원이 임청각 주인을 위해 그리다"라고 썼고, 이듬해 권정교는 화첩 발문에 '김홍도는 洛城(낙성) 河梁人(하량인)'이라고 썼다. 이 그림은 단원이 1784년 정월 안기찰방으로 부임한 뒤, 그해 6월 여름 임청각 주인 이의수에게 그려준 것으로 낙성은 한양을, 하량은 청계천을 뜻한다. 이 교수는 "김홍도가 살던 곳을 구체적으로 지목한 유일한 사례"라며 "김홍도가 안성 출신이라는 학설을 뒤집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혜원 신윤복이 1809년에 그린 '화조도첩'은 단원풍의 몰골화법에서 영향을 받아 그린 신윤복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여섯번째 폭 '석류와 새'에는 당대 문인 이조원(1758~1832)으로 추정되는 '옥호당(玉湖堂)'의 화제시가 딸려 있다.

박우홍 동산방화랑 대표는 "전시회 도판을 내며 그림 속 꽃, 풀, 나무의 이름과 고증을 전문가들에게 부탁한 결과 조선후기 화조도에는 토종을 직접 보고 그린 그림보다 중국 그림을 보고 그려 외래종이 더 많았다"며 "황조롱이 매를 그린 오원 장승업의 '모란이 핀 강변, 붉은가슴 희죽지와 어린 새끼'는 장승업이 중국풍뿐만 아니라 토종 그림도 그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밖에 창강 조속의 '화조도첩' 8폭, 현재 심사정의 '꽃과 나비 풀벌레 화첩' 8폭도 일반에 새로 공개돼 조선 후기 사실주의 회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02) 733-5877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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