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의 재원 마련 방안이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정부는 박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확대'를 강조함에 따라 일단 재량지출 10% 감축으로 연간 13조원,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10% 추가 감축으로 2조4,000억원 등 연간 15조4,000억원의 재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정부의 계획은 박 대통령이 의원 시절 주장했던 경제철학과도 일맥 상통한다. 한국일보가 24일 입수한 18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속기록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2010, 11년 기재위에서 활동하며 재정ㆍ세제정책 등 거시경제 운용과 복지정책 집행 등에서 획기적인 발상 전환을 줄곧 요구했다.
복지재원 확보 방안
박 대통령은 2011년 9월 국정감사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를 근거로 세출 구조조정과 세입 확대를 6대 4 비율로 분담해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세출 분야에서는 복지 의무지출을 제외한 재량지출을 10%가량 축소하고 SOC 등 토목ㆍ건설 분야에서 추가로 10%를 축소할 것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 관 주도의 개발단계와 달리, 현재는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만큼 SOC 투자를 10% 줄이는 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조세제도 개혁
박 대통령은 2010년 10월 국감에서 "최근 5년간 조세 개편 항목이 400개가 넘는다. 이래서는 국민들이 세제를 신뢰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또 "우리나라만큼 많은 종류의 세금을 갖는 나라가 없으며, 근본적이고 큰 틀의 준비와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가 나빠져 세수 여건이 악화하면 당국이 징세 노력을 강화해 오히려 세금을 더 거두는 현상을 막기 위해 중장기 계획을 미리 세울 것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3~5년 후의 조세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조세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결혼ㆍ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자녀를 가진 맞벌이 부부에게 획기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소득세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것도 박 대통령의 지론이다. 정부는 ▦자녀 소득공제의 세액공제로의 전환 ▦출산ㆍ입양에 대한 세액공제 신설 ▦맞벌이 부부의 소득세 부부합산 균등분할제도 선택 허용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재정ㆍ공공부문 개혁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 재정통계가 투명하지 않고 제대로 공개되지도 않는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공기업 부채를 재정통계에 포함시키라'(2010년 10월)는 요구를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다'라며 거부했던 재정부가 이달 20일 뒤늦게 수용했으나, 박 대통령은 보다 광범위한 수준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주문에 발맞춰 정부는 ▦새로운 정책이 확정되면 그에 따른 부담이 재정통계에 즉시 반영되는 스코어키핑(Score Keeping)제도 ▦공공부문 부채 및 자산통계를 분기 단위로 공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부실 공기업이 '정책적 임무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라고 오리발을 내미는 걸 막기 위해 공기업 경영현황을 ▦상업적 기능 ▦정책적 기능으로 구분해 계리하는 것도 박 대통령의 아이디어다. 정부는 박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3년마다 모든 공기업에 대해 존치 평가를 벌여 정책적 임무가 사라진 기관을 솎아내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무역ㆍ대외균형
박 대통령은 '한국경제가 과도하게 수출 의존형이어서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인위적으로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환율 정책보다는 내수와 수출에 중립적으로 작용하는 방향으로 환율정책이 자리매김 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해외 조달시장(OECD 추산 2조달러)에서 사업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관련 정보 수집 및 진출을 지원하는 전담기구를 만드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복지 확대 및 균형 성장 철학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들이 새 정부의 중점 과제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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