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북 안동시가 한밤보 취수 문제로 들끓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청송 성덕댐 물을 길안천으로 흘려 중간의 한밤보에서 취수한 뒤 영천 경산 등지로 보내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안동시의회와 시민들은 "안동의 마지막 남은 자연하천인 길안천마저 호수화하려 한다"며 서명운동과 토론회를 여는 등 결사항전 태세다. 하지만 생존의 위기마저 느낀다는 시민들과 달리 그 어디에도 안동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안동시의회는 지난해 말부터 한밤보취수반대 결의안을 채택했고, 범시민서명운동을 펼쳐 약 3만5,000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 8일 수자원공사 등에 전달했다. 또 지난 15일에는 시민토론회를 열어 한밤보취수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등 취수계획 철회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반면 국토부는 길안천 물을 펴가는 것이 아니라 성덕댐에서 하류로 방류하는 하루 평균 5만6,500톤의 물 중 한밤보에서 4만300톤만 취수하므로 길안천에는 지금보다 1만6,200톤이 더 흐르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길안천 건천화는 기우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댐 때문에 문전옥잡과 집까지 잃고 뿔뿔이 흩어진 주민들의 서러움을 헤아리지 못한, 단순한 기계적 논리일 따름이다. 시민들은 한밤보가 설치되면 안동에 남은 유일한 자연하천인 길안천마저 뺏길 것을 우려한다. 안동에는 낙동강과 반변천 길안천 3개의 큰 하천이 있고, 이 중 낙동강은 안동댐, 반변천은 임하댐이 가로막고 있다. 길안천이 유일하게 남은 자연하천이다. 그런데 한밤보가 생기면 또 하나의 호수가 생기고, 생태계변화와 안개ㆍ냉해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 전국적 명성의 길안사과도 더 이상 맛보기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안동시마저 이 같은 정서를 헤아리지 못하고, 더욱이 기본계획 고시 전에 아무런 이의 없이 국토부와 협의를 마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누구를 위한 안동시인지 의문이다.
안동시는 안동-임하댐 연결수로를 활용한 효율적인 수자원관리나 성덕댐에서 곧바로 취수하는 방안 등이 반영되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안동시는 안동시민들의 시이기 때문이다.
이임태기자 ms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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