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의료원은 개원 90년이 넘도록 만성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애물단지'였다. 하지만 김영일(58ㆍ사진) 원장이 구원투수로 나선 뒤 180도 달라졌다. 자신의 급여를 절반으로 줄였고, 새벽 5시에 출근해 휴일도 없이 의료원 구석구석을 누볐다. 이런 모습에 직원들도 자발적으로 동참했다. 임금 체불상태에서도 급여를 자진 반납했고, 수당을 받지 않고 토요근무를 자청했다. 통근버스까지 없애는 등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 체임을 모두 해소하고 '흑자의료원'으로 변신했다. "경영정상화는 기적이며 한편의 역사를 쓴 것"이라고 평가하는 김천의료원 김영일 원장을 만나 김천의료원이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들어 보았다.
-취임 당시 상황은.
"2009년 6월 4일 취임 당시 엄청난 체임에다 반년도 안 된 6월에 이미 적자가 12억 원에 달해 전국 최하위 수준이었다. 이 상태로 연말까지 간다면 예년처럼 엄청난 적자가 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3년 동안 16억, 12억, 25억 등 매년 적자를 보여왔다."
-의료원 회생을 위해 시작한 일은.
"취임 후 3개월이 지나면서 내가 먼저 임금의 절반을 반납하고 이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5~15% 임금 반납을 하면서 자립기반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이러한 피나는 노력으로 3년간 쌓인 체불임금 17억 원을 2011년 말까지 전액 지급할 수 있었다."
-경영정상화 결과의 성적표는.
"2010년 6억 3,800만원, 이듬해 10억 4,800만원의 흑자를 냈다. 달라진 김천의료원의 모습에 지역주민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2011년 전국거점병원 운영평가 1등, 전국거점병원 경영혁신대회 최우수 기관상과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그런데 지난해 또 적자가 났다.
"장례식장 리모델링에 따른 감가상각비가 10억 원에 이르고,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반납했던 토요 근무수당 등을 다시 지급하면서 적자가 났다. 장례식장이 완공이 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수익이 발생할 것이다."
-의료원 정상화를 한다면서 되레 직원이 늘었다.
"취임 당시 180명에서 현재 280명으로 100명이 증가했다. 흑자가 나면서 소요인력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취업난이 심한데,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면이 많다. 앞으로 의료원 규모가 커지면 종사자들이 더욱 늘어나 취업의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나친 성과 위주 경영으로 취약계층을 살펴야 하는 의료원 본연의 역할을 등한시 한다는 지적이 있다.
"지방의료원은 큰 병원에 갈 수 없는 어려운 사람들을 보살피는 것이다. 이들이 가난하다고 해서 열악한 조건과 환경에서 치료를 받도록 해서 안 된다. 환자를 위해 시설을 늘리고 첨단장비를 갖추려면 성과를 내야만 한다."
-벤치마킹을 위해 다른 지역에서 방문한다던데.
"전국 324곳의 응급의료기관 가운데 지난해 평가를 포함해서 3년 연속 최상위 기관으로 선정됐다. 공공보건프로그램 평가에서도 전국 최우수 병원으로 선정돼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이런 이유로 찾는 것 같다.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지역민 진료를 위한 차별화 전략은.
"2011년 5월부터 대구경북 최초로 공휴일 건강검진을 시작했다. 토요진료 등 1년 365일 연중무휴 운영으로 진료공백을 막고 있다. 신뢰받는 의료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고객을 위한 직원들의 약속이 있다면.
"깨끗한 병원, 친절한 병원을 모토로 전 직원 고객을 친절하게 모시는 고객만족(CS)운동과 환자들에게 보다 고급화되고 전문화된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한 6-시그마 교육 등을 통해 의료원을 찾은 고객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달빛산행'도 한다는데.
"지역사회와 가까워지기 위해 2년 전부터 봄부터 가을까지 매주 금요일 날씨와 상관없이 퇴근 후 진행되고 있다. 직원들의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와 직원간의 화합을 다지고 깨끗한 김천을 만들기 위해 등산로 정화운동 등 자연친화적인 활동과 우리 지역에 대한 애향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의료원 이미지가 많이 좋아졌다.
"환경개선사업에 약 24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입원실과 진료실을 증축하고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했다. 장례식장 신축, 직원숙소 건축, 첨단의료장비 확충, 우수 의료진 영입 등 신뢰받는 의료원 만들기 노력의 결과라고 본다."
-지역 의료서비스현장 특수시책을 설명해 달라.
"오지마을 주민을 위한 무료진료, 가정간호사업, 고향사랑 주부모임 봉사, 사랑의 무료이발 서비스, 장애인 전용 콜벨설치 운영 등이 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장비를 갖춘'찾아가는 행복병원'버스를 한달에 2회 운영하고 있으며 의사가 없는 오지마을 방문해 의료의 질을 끌어 올리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최우수 기관이 목표가 아니라 공공의료 기관으로서 품격을 갖춘 명품의료원의 모습을 가지고 가겠다.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도민만 보고 이들에게 맞는 의료현장을 지키겠다. 의료취약계층 등 없는 사람들에게 공공의료기관이 있어 행복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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