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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끝난 영어마을… 하나 둘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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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끝난 영어마을… 하나 둘 사라진다

입력
2013.02.2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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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양재시민의 숲 안에 위치한 문화예술공원. 주말이자 정월대보름을 맞아 양재천을 따라 가족들끼리 산책을 즐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양재천과 연결된 문화예술공원 내부 한 켠에는 '공사중'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이 곳은 바로 지난해까지 만해도'앨리스파크'라는 명칭의 영어마을이 있었던 곳. 영어마을 붐이 일던 2005년 민간 업체에 부지를 위탁해 7년 간 운영됐던 이곳은 최근 문을 닫았고 현재는 흉물스럽게 남은 시설물 철거를 위해 해당 지자체인 서초구가 나서 예산을 쏟아 부어야 하는 입장이다.

서울ㆍ경기지역 지자체들이 앞다퉈 만든 '영어마을'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24일 서울 서초구와 교육과학기술부 등에 따르면 4,157㎡ 규모의 앨리스파크는 서초구가 2005년 한 사업체에 기부 채납을 조건으로 무상 임대해 세워졌다. 그러나 경영난으로 인해 업체의 관리가 소홀해지면서 지난해 폐교, 현재는 영어마을이 있던 곳 역시 폐허로 변했다. 결국 구청은 지난해 철거공사에 들어가 다음달부터는 해당 공간에 나무와 잔디를 심어 공원의 일부분으로 복구할 계획이다. 국내 영어마을 1호인 경기영어마을 안산캠프가 경영난에 시달리다 문을 닫은 데 이어 2번째다.

영어마을이 경영난 등을 이유로 문을 닫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은 과거 영어마을 조성 및 운영 등에 관한 명백한 법적 근거가 없어 지자체의 자치법규에 따라 영어마을이 우후죽순으로 조성됐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 영어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해외어학연수 대체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경기도를 시작으로 영어마을 조성 붐이 일면서 너도나도 영어마을을 설립했다. 2011년 기준으로 전국에 모두 22곳에 이른다.

그러나 지자체가 교육수요, 재정여건, 지역 인프라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시설을 조성한 결과, 계속 심각한 재정적자에 시달리다 잇따라 폐교되는 운명을 맞고 있다.

안산캠프는 개원 첫해 118억원 적자를 시작으로, 2005년 182억원, 2006년 33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다 2008년 민간에 위탁됐으나 경영 수지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경기도가 설립한 파주ㆍ양평캠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2006년 27만8,252㎡(8만4000평) 부지에 378억원을 들여 지은 파주캠프는 최근 3년간 적자만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 지자체가 만든 영어마을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군포 국제교육센터와 해피수원 영어마을, 인천영어마을 등은 매년 수억에서 많게는 2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관계자는 "영어마을이 오랜 경기 침체 여파로 세수가 줄어든 지자체들에게 재정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일부 지자체는 배상금까지 물어주면서까지 영어마을 설립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용인시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용인캠퍼스 내 조성하려던 용인영어마을을 없었던 일로 돌리고 시공사에 25억원의 배상금을 물어줬다. 이는 영어마을을 운영했을 때 발생할 적자가 더 클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고육지책이었다. 서초구의회 관계자는 "영어마을은 하나의 교육사업으로 봐야 하는데 부지 및 시설만 확보하고 우후죽순 문을 열었지만 교육 프로그램 등 아이디어가 없어 그냥 방치되거나 적자에 허덕이다 폐교돼 흉물로 방치 되는 경우가 있다"며 "교육 기관으로서 운영이 타당한지, 사업성은 있는지 등 설립 타당성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교과부와 지자체 간에 협의ㆍ조정 절차를 마련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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