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문제적 인간 서영이 욕먹더라도 이해시키고 싶었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문제적 인간 서영이 욕먹더라도 이해시키고 싶었죠"

입력
2013.02.24 13:30
0 0

IMF 금융위기 때 회사 부도가 난 뒤 하는 일마다 실패하고 도박에 까지 손 댔던 아버지. 그 아버지 대신에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가 병들어 죽은 어머니. 아버지는 식구들의 원망 대상이었다. 가슴의 상처를 안은 채 온갖 부업을 하며 동생을 뒷바라지 해야 했던 딸은 자신을 고아라고 속이고 결혼한 후 거짓말이 들통나 끝내 이혼당한다.

과연 누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다음달 3일 종영을 앞두고 40% 후반의 시청률을 기록한 KBS 2TV 주말드라마'내 딸 서영이'는 불황 속에 '가족 해체'를 경험하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 묵직한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문제적 인간 '서영이'를 열연한 배우 이보영(34)이 있다.

"'서영이'는 정말 제가 한번 극복해 보고 싶은 캐릭터였어요. 사실 '서영이' 캐릭터가 어둡고 폐쇄적인데다가 약간은 비호감이잖아요. 그런데도 대본을 봤을 때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24일 전화 인터뷰에 응한 이보영은 극중 '서영이'와 달리 과감하고 솔직한 화법으로 말문을 열었다. "아버지를 끝내 부정하게 된 딸의 사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게 쉽지는 않아 보였어요. 하지만 욕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서영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싶었죠."

이를 위해 이보영은 '내 딸 서영이'의 1부부터 10부까지 촬영을 바지 2벌과 셔츠 3∼5벌을 돌려 입고 신발 2켤레만으로 해결했다. "시청자들에게 '서영이'가 정말 팍팍하고 힘들게 살았다는 느낌을 각인시키기 위해 같은 옷을 매번 입었죠."

드라마 촬영을 통해 진행된 현장체험도 큰 도움이 됐다. "'서영이'가 결혼 전에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태어나서 처음 '고시원'이란 곳에 가봤는데 20대 초반의 여자 아이가 이런 곳에서 혼자 생활할 수밖에 없다면 남을 잘 믿지 못하고 소통이 부족할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극중 눈물 연기를 선보일 기회가 많아 '수도꼭지'라는 별명이 붙은 그는 지난 24일 방영된 47회에서 서영이가 아버지가 자기 결혼식에 하객 아르바이트로 참석한 사실을 숨겨왔다는 걸 알고 참회를 하는 장면으로 또 한번 시청자를 울렸다. "아버지 앞에서 어린 시절 딸의 모습으로 돌아가 비는 서영이를 연기하면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아버지를 비로소 이해하면서 가슴의 응어리가 풀려가는 이 장면에 바로 모든 인간은 끊임 없이 성장한다는 드라마의 메시지가 잘 담긴 것 같아요."

2회를 남겨둔 '내딸 서영이'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서영이가 이혼한 남편과 화해한다' '서영이 아버지가 불치병에 걸려 죽는다'는 등의 말이 나오지만 이보영은 "극중 인물들이 모두 화해하는 행복한 결말을 기대하시면 될 듯하다"고 귀띔했다.

서울여대 대학원에서 고전문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지상파 방송사 아나운서 시험에서 3차까지 합격하기도 했던 이보영은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어쩔 땐 낯도 많이 가리고 솔직하고 말수도 많을 때도 있다"며 "내 안에 수 백 개의 다른 '이보영'이 살고 있는 거 같다"고 밝혔다.

2002년 CF 모델로 데뷔한 이후 연기 경력 10년 차를 너머선 이보영은 몇 년 전 지독한 슬럼프를 겪으며 자신의 연기관을 재정립했다. "연기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1년간 쉰 적이 있어요.'왜 내가 나 자신을 이렇게 괴롭히지?'라고 묻다가 답을 찾았어요. 저를 괴롭혔던 건 주변 사람이나 환경이 아닌 바로 저 자신 이었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니까 연기가 재미있어졌어요."

이보영은 지난 6개월 간 '서영이'로 살며 시청자들의 비난과 동정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던 시간에 대해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이번 드라마는 촬영 내내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 정도로 행복했어요."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